늑구맘이어 사슴맘 등장…"탈출한 순간 '우리의 동물'이 됐다"

이재윤 기자
2026.04.24 17:17

잇따른 탈출 동물 사고…2023년 미국 뉴욕 동물원에서 탈출한 뒤 도시의 상징 된 수리부엉이 '플라코' 사례.

사슴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와 농장에서 실종된 '사슴들'. 최근 잇따른 '동물 탈출' 사건에 대중들 관심이 폭발했다. 현실에서 맞닥뜨리면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동물이지만 탈출과 포획, 귀환이란 서사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응원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동물 무사 귀환을 응원한 이들은 온라인상에서는 '늑구맘'과 '사슴맘'으로 통한다.

"늑구야 고마워" 대전의 상징이 된 늑대 한 마리…사슴가족 "불쌍해"

늑구는 대전 테마파크 오월드에서 이달 초 탈출해 9일 만에 포획됐다. 늑구 탈출 당시 시민들은 위치와 수색 상황을 따라갔고 포획 이후에는 건강 상태와 먹이 활동을 걱정했다.

"늑구야 돌아와"였던 문구는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로 바뀌었다. 대전에선 늑구 무사 귀환을 기념한 빵과 상품까지 등장했다. 안전사고로 시작된 일이 온라인 응원과 지역 소비, 도시의 상징으로 번졌다.

포획 이후 진행된 늑구 검사 결과 낚싯바늘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몸무게가 줄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데 안도감을 나타냈고, 바닥에 먹이를 제공하는 모습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관리 주체인 오월드가 온라인 SNS(소셜미디어)에 "야생 동물 급식 방식"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과도한 관심이 계속되자 결국 늑구에 대한 SNS 공개를 제한했다.

최근 '사슴 탈출' 소식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경기 광명시 옥길동 한 사슴농장에서 사슴 5마리가 탈출한 뒤, 24일에는 서울 구로구 천왕산가족캠핑장 인근에서 사슴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온라인에선 '제2의 늑구 사태'라며 "얼른 돌아가", "도로에서 사고 안 당해야 할 텐데", "동물들도 불쌍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같은가 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동물들은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온라인에서 오히려 '보호와 공감의 대상'으로 소비됐다. 늑대는 맹수이고, 사슴도 위협을 받을 경우 들이받거나 발길질로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보단 어디에 있는지, 포획 과정이나 절차가 안전하게 진행되는 지 등에 더 관심이 쏠리며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됐다.

대전 중구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외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중인 모습./사진=뉴스1(대전시 제공)
뉴욕의 상징이 된 '플라코'…자유와 생존, 도시의 아이콘

비슷한 사례가 최근 미국에서도 있었다. 2023년 미국 뉴욕에선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탈출한 유라시아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비슷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플라코는 누군가 동물원을 훼손하면서 탈출했고 이후 센트럴파크와 맨해튼 일대를 오가며 1년 넘게 생존했다. 시민들은 그의 위치와 사진을 공유했고, 플라코는 '도시에서 살아남은 올빼미'로 뉴욕의 상징처럼 소비됐다.

이듬해 플라코는 건물에 충돌해 폐사했다. 이후 사후 검사에서 외상뿐 아니라 쥐약과 비둘기 유래 바이러스 감염 등이 확인됐다. 플라코 죽음은 단순한 동물 사망 소식에 그치지 않았고, 뉴욕 시민들의 추모와 '도시 야생동물 보호' 논의로 이어졌다. 한 마리의 탈출 올빼미가 도시의 자연, 건물 유리창 충돌, 쥐약 문제까지 환기한 셈이다.

이른바 '플라코 현상'은 학술적으로도 분석됐다. 인문학 학술지 앤트로폴로지 나우(Anthropology Now)에 실린 칼럼에선 플라코가 동물원 울타리 밖으로 나온 뒤, 뉴욕 시민들에게 '도시 속 야생'과 '자유'를 상상하게 한 존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탈출 동물을 넘어서, 자유와 생존의 스토리로 받아들여 졌고,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서사가 '야생동물 스타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NYU(뉴욕대학교) 온라인 과학잡지 사이언스라인(Scienceline)에선 플라코 사례를 다루며 탈출 직후부터 SNS에서 수많은 팬을 얻었고, 야생동물에 인간의 감정을 덧씌우는 '의인화'가 진행됐단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동물의 탈출에서 자신의 답답한 일상과 해방 욕구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2024년 2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있는 참나무 밑에 올빼미 '플라코'의 죽음을 애도하는 그림과 메시지들이 놓여 있다. 시민들은 "가슴 아프지만 플라코의 생존 용기에 감동했다"라며 "플라코는 모든 사람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줬다"라고 말했다./뉴욕=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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