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대위 사망' 10년 넘어도 반복되는 군 성폭력…"제도 정비해야"

김서현 기자
2026.04.29 16:23
29일 오후 서울 중구 YWCA 건물 대강당에서 '군 성고충 대응 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현행 군내 성고충 법제가 여러 법규에 나뉘어있어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제언이 나왔다. 성 고충 전문상담관 제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변화로는 인력 확충을 꼽았다.

인권위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YWCA 건물 대강당에서 '군 성고충 대응 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병들은 성고충 대응 체계 자체는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 발생 시에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하더라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는 육군·해군·공군·해병대 8개 부대의 간부·병사·성고충상담관 총 160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됐다.

김구슬 현장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성 고충 대응 핵심 영역이 법률이 아닌 하위 법령 하에 있어 피해자 보호가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점이 문제"라며 "위계질서가 명확한 군에서 법이 아닌 지휘권에 의해 조치가 이뤄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용어와 개념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두서없이 이용돼 적용기준에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없다"며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고충 관련 범죄를 군인복무기본법 제27조에서는 '성희롱·성추행 및 성폭력 등의 행위'로, 제41조에서는 '성희롱·성폭력·성차별 등 성 관련 고충'이라고 달리 규정하고 있다. 또 부대 관리훈령에서는 이를 성폭력으로만 아우르는 데 그친다.

성폭력을 군기 유지 논리와 결합해 규율하는 관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순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성폭력이 군기 문란과 연관될 시 개인의 도덕적 일탈이나 비위 행위로 치부된다"며 "성폭력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조직적 은폐 위험성도 커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설문조사 결과 성 고충 전문상담관 제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변화로 인력 확충이 꼽혔다"며 "상담 인력 확충을 통해 피해자 지원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상담관의 1인당 담당 인력을 비교하면 한국이 4878명, 미국은 1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방부는 2013년 성추행으로 인해 발생한 여군 대위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5년 성 고충 전문상담관을 도입했다. 이후 2022년 성폭력 예방·대응 전담 조직을 신설했지만, 성폭력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인권위는 2024년 '여군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피해 사실을 담당관에게 알렸다고 답한 응답자는 약 22%에 그쳤다. 지난해 실태조사는 이에 대한 후속 조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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