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귀가 독촉한 남편, 현관문까지 잠갔다…8년차 주부의 고백

김희정 기자
2026.05.17 13:54
한두 달에 한 번,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아내에게 "배고프다, 빨리 와라"는 전화를 네 번이나 걸고, 아내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문을 잠궜다는 남편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나 없으면 굶어죽을 거냐."

말은 퉁명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긴 피로가 담겨 있었다. 결혼 8년 차, 30대 후반의 한 주부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올린 글이 수만 명의 공감을 끌어내며 뜨거운 반응을 낳고 있다.

사연의 핵심은 단순하다. 한두 달에 한 번, 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아내에게 "배고프다, 빨리 와라"는 전화를 네 번이나 건 남편 이야기다.

예고된 외출, 4통의 전화

작성자 A씨는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날, 남편은 야간근무 후 귀가해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 A씨는 남편에게 "쉬어라"고 말한 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며칠 전부터 잡아둔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외출했다. 남편도 이미 알고 있는 일정이었다. 동성 친구이고, 남편도 누구인지 아는 사이였다.

A씨가 사는 동네는 외곽이다. 시내에 사는 친구를 만나려면 한두 달에 한 번 시간을 내야 한다. 이른바 '여자들 수다 약속'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특별한 것도, 잦은 것도 아닌 외출이었다.

그러나 친구를 만나기 직전 전화 1통, 만나는 도중 전화 3통이 걸려왔다. 내용은 매번 비슷했다. "배고프다. 빨리 와라." A씨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라"고 하자, 남편은 오늘은 라면이 싫어서 냉동 피자를 먹었는데 맛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배고프다고 했다.

전화가 거듭되자 A씨는 "그럼 맥도날드라도 포장해가겠다"고 했다. 동네에는 없어서 시내에서 사야 했다. 친구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무리한 뒤, 그는 맥도날드에 들러 포장을 했고, 남편이 부탁한 주유소에도 들렀다.

주유를 하는 사이 남편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어디냐. 몇 시냐."

잠긴 현관문, 꺼진 전화기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어린이집 앞에 차를 세우고 아이를 데리러 내리려는 순간, 남편이 이미 아이를 데리고 차 옆을 그냥 지나쳤다. 아이는 "엄마다!"라고 외쳤지만, 남편은 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A씨는 "못 봤을 리 없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집으로 올라간 A씨를 기다린 것은 먹통이 된 현관문이었다. 비밀번호 패드가 작동하지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하자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인터폰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집 안에서 아이 소리만 들릴 뿐, 남편은 아무 응답도 없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A씨는 욱해서 그대로 친정으로 가버릴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 찰나에 문이 열렸다. A씨가 참고 "현관문 왜 이래놨냐"고 묻자 남편은 "문이 뭐, 나도 몰라"라고 했다.

A씨는 사온 맥도날드를 식탁에 올려놓고 "먹어"라고 했다. 남편은 대꾸 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등을 돌리고 누워 휴대폰만 봤다. A씨가 언성을 높이자 그때서야 남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배고프다고 몇 번을 전화했는데! 빨리 오라고 계속 했잖아! 빨리 온다고 전화 끊으라매!"

A씨가 "나 없으면 굶어죽을 거냐, 라면이라도 먹으면 되지, 내가 맨날 친구를 만나는 거냐, 한두 달에 한 번 보는 건데"라고 따지자, 남편은 배고픈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빨리 온다고 해놓고 안 온 A씨가 이기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댓글은 남편을 질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밥을 못 해 먹는 어른이 말이 되냐", "현관문 잠근 거 그거 감금 아니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결혼 생활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아내의 역할'이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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