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21년 5월 21일,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공군 여성 부사관 이예람 중사(23)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남성 상관인 장동훈 중사에게 성추행당해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모두 무시당하고 2차 가해까지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날은 이 중사가 같은 부대 부사관인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 중사가 사망하기 약 6주 전인 그해 3월 2일이었다. 이 중사는 이날 선임 장 중사의 강요로 의무 없는 저녁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막상 자리에 가보니 선임인 노 모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 자리였다.
회식이 끝난 저녁 11시께 복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이 중사는 장 중사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봤다. 장 중사는 이 중사의 중요 부위와 가슴을 만지고 입에 강제로 혀를 밀어 넣으며 입맞춤했다.
이 중사가 "그만 만지면 안 됩니까 진심으로" "장 중사님, 내일 얼굴 봐야 하지 않습니까" 등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추행은 약 20여 분간 이어졌다. 이 중사는 부대 복귀 직후 맞선임인 김 모 중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다음날인 3일 이 중사는 직속상관인 노 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공식 신고하고 부대 전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 상사를 비롯한 상급자들은 사건을 정식 처리하는 대신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 "너도 다칠 수 있다"라며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등 2차 가해도 이어졌다. 가해자인 장 중사까지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겠다"라는 식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불안 장애와 급성 스트레스 반응 진단을 받은 이 중사는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약 두 달간 청원 휴가를 떠났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즉각 분리 조치나 구속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장 중사는 오히려 자유롭게 부대를 돌아다니며 동료들에게 단원서를 받는 등 대담한 행보를 이어갔다.
휴가를 마친 이 중사는 5월 18일 희망했던 대로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부대를 옮겼다.
새로운 시작에 희망을 품었지만 이미 내부에는 이 중사가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까다로운 여군'이라는 허위 소문이 퍼져있었다. 새 부대의 상급자들은 이 중사에게 신고 의무가 없는 사항까지 보고하게 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하며 또 한 번 고립시켰다.
부대를 옮긴 지 3일 만인 5월 21일, 이 중사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이 중사는 남편(당시 남자친구)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남편이 야간 근무를 떠난 뒤 홀로 관사에 남겨졌다. 조직 전체가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진 이 중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영상으로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지 81일 만이었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5월 31일 MBC 단독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건 수사권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강제 이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은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장 중사는 사건 발생 3개월 만인 6월 2일에서야 구속됐다.
이런 와중에 공군 본부의 여론 조작 시도도 있었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공군 본부 공보장교 등은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기자들에게 이 중사의 사망 원인에 대해 "성추행이나 2차 가해가 아니라 부부 불화 때문"이라는 허위 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10월 7일 총 15명을 기소하는 등 사건과 관련한 38명에 대한 문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초동 수사를 망쳤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군 검찰 라인과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등 공군 본부 법무실 지휘부는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족과 시민사회는 국방부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특검을 요구했고 2022년 4월 15일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특검법이 통과됐다. 군 사건으로 특검이 도입된 것은 이때가 최초다.
안미영 특검팀은 100일간 공군 본부, 국방부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하며 재수사를 시행했다. 특검은 국방부가 면죄부를 주었던 전익수 실장을 비롯 2차 가해를 주도한 군 관계자 8명을 추가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군 인권센터에 제보됐던 일부 녹취록이 위조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성추행 가해자인 장 중사는 강제추행 및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최종 확정됐다. 초기 2차 가해자인 노 준위는 피해자를 협박하고 은폐하려 한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함께 기소됐던 노 상사는 수감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해 공소기각 됐다.
전익수 전 법무실장은 자신을 수사하던 군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최종 확정됐다.
2023년 2월 9일, 이 중사는 사망한 지 1년 8개월 만에 '순직'이 인정됐다. 공군 전공 사상심사위원회는 이 중사의 사망이 군 조직 내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 및 2차 가해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하기 전까지 장례를 미루며 이 중사의 시신을 국군수도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해둔 상태였다. 순직 인정과 법적 단죄가 마무리된 후인 2024년 7월, 3년 만에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 중사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