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HD현대중, 하청노조 단체교섭 의무 없다…옛 노조법 적용해야"

양윤우 기자
2026.05.21 15:25

(상보)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일곱 번째)과 대법관들 /사진=머니투데이 DB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가 원청인 HD현대중공업과 직접 교섭하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일명 '노란봉투법' 시행이 되기 전 사건에는 예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청이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노조는 2016년 4월부터 5월까지 HD현대중공업에 총 5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자신들이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그러자 노조는 2017년 1월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사용자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노조 측은 하청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원청과도 임금·노조 활동 보장 등 근로조건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하청업체들이 자체 설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었고 소속 노동자들의 근태 관리와 징계권 등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봤다. 또 하청업체 현장대리인이 작업장에 상주하면서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2016년 단체교섭 거부를 문제 삼은 사건이기 때문에 개정 노동조합법이 아니라 2016년 당시의 구 노동조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구 노동조합법 아래에서는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를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사람으로 본다. 근로자를 지휘·감독하고 근로를 제공받으며,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관계가 있어야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본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일명 노란봉투법에서는 기준이 달라졌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사용자로 보게 했다.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종전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이 법리를 전제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수긍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다. 오경미·이흥구·신숙희·마용주 대법관 등 4명은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며 "수급근로자의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어야 노동3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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