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미용 목적의 문신을 하는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92년 눈썹 문신을 의료 행위로 보고 처벌했던 판례를 34년 만에 바꾼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비의료인 A씨와 B씨가 각각 두피 및 서화(레터링) 문신을 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각각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무죄로 봐야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20년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 B씨는 고객 팔에 레터링 문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 2심에서 각각 벌금 150만원,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미용 목적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분류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문신 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통상적인 레터링·미용 문신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신 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문신의 사회적 의미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거론했다. 대법원은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았다"며 "문신은 신분 지위 및 소속감 표현·예술성 발현·추억 소장·의지 각인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피시술자는 문신을 잘하는 사람에게 받고 싶을 수 있다"며 "피시술자가 원하는 수준의 경험·창작성은 의료인이라고 반드시 갖춘 게 아니다"라고 했다.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의료인 면허 취득을 위해 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문신 시술에 있어서 의료인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건 사실상 '비의료인 문신 행위 금지'나 다름없다"며 "문신을 직업으로 선택할 기본권을 향유할 기회를 봉쇄하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이후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구 의료법 제27조 1항에 의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는 처벌 대상이 돼왔다.
한편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점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신사법은 면허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내년 10월 말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