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치매환자가 방화" 홀로 불끄던 간호조무사 끝내...21명 사망[뉴스속오늘]

박다영 기자
2026.05.28 06:03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4년 5월 2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사랑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유가족들이 화재 1주기 추모식에서 침상에 꽃을 놓은 모습. /사진=뉴스1

2014년 5월 28일 오전 0시 20분쯤.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사랑요양병원 건물 2층 다용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환자와 간호조무사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24분 만에 불 껐지만…거동 어려운 노인 환자·간호조무사 등 21명 사망
2014년 5월 2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사랑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파손된 병원 내부. /사진=뉴스1

당시 이 요양병원에는 치매나 중풍을 앓아 거동이 어려운 70~90대 노인 환자들이 입원해있었다. 사건 당일 입원 환자는 324명이었다. 화재가 시작된 별관 2층에는 34명이, 같은 건물 1층에는 환자 44명이 입원해 있었다.

소방 당국은 0시 27분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해 접수 4분 만인 0시 31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 당국은 발 빠르게 진화 작업에 들어갔고 24분 만에 완전히 불을 껐다.

하지만 입원 환자가 대부분 고령에 거동이 어려운 노인인데다 늦은 밤 화재가 발생하면서 21명이나 세상을 떠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사망자 중 20명이 입원 중인 환자였고 나머지 1명은 간호조무사였다.

간호조무사 김모씨(52)는 별관 2층에서 근무하던 중 화재가 발생한 것을 확인한 후 건물 1층을 향해 불이 났다고 알린 후 구름다리 형태로 연결된 본관으로 달려가 "불이 났으니 119에 신고해달라"고 외쳤다.

이어 김씨는 혼자 불을 끄려고 고군분투했다. 김씨는 본관 끝 병실 앞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다시 연기가 가득한 별관으로 뛰어갔다. A씨가 있던 본관 2층에는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고 소화기를 캐비닛에 보관해 불이 난 상황에서는 쓸 수 없는 구조였다. 김씨는 혼자 소화기를 들고 별관에 들어가 불을 끄려다가 결국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같은 해 10월 김씨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본관에서는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으로 최고령은 92세였고 80대 사망자가 5명이었다. 거동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들이 많아 빠르게 대피하지 못하면서 유독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상자도 7명 발생했다.

'방화 혐의' 80대 노인 항소심 도중 숨져…요양병원 이사장 징역 3년
2014년 5월 2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사랑요양병원에서 불을 지른 혐의(방화치사상)로 긴급체포된 A씨가 경찰들에 이끌려 장성 읍내파출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화재는 병원에 입원해있던 81세 남성 치매 환자 A씨의 방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내 CC(폐쇄회로)TV에는 A씨가 사고 당일 0시 16분쯤 라이터를 손에 들고 별관 2층 다용도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침구류 등에 불을 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약 5분 후 A씨는 복도로 나와 주위를 살폈고 이후 다용도실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복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A씨는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건강 상태 악화로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증거로 제시된 화재 직전 CCTV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 "평생 거짓말을 해본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치매 증상 때문에 사건 당시 사물을 변별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간호조무사가 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 후 라이터를 두고 나오는 등 정황으로 미뤄 의사결정이나 사물 변별 능력이 없는 심신 상실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은 항소심으로 이어졌다. A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나 요양시설에서 지냈다. 그러나 건강 악화로 돌연 사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방화 사건과 관련한 공소를 기각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재판이 이어졌다. 병원 이사장은 징역 3년, 행정 원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관리과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요양병원 내부에 스프링클러(자동 방수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병원은 스프링클러(자동 방수설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탓에 관련 시설이 내부에 없었다.

화재 등에 대비한 비상 훈련이 이뤄지지도 않아 안전관리에 부실했으며 야간 당직자가 김씨 1명뿐이라 근무 여건이 열악했던 것이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 사고 이후 정부는 요양병원 내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했다.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요양병원은 면적에 상관없이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자동 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해야 하고, 간이 스프링클러도 600㎡ 미만 장소라면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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