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들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이 그간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 규명에 핵심적인 조력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비상계엄 관련 재판들에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일반적인 조력자의 진술이나 증언을 믿는 정도와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나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진술 및 증언을 믿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핵심 조력자의 피의자 입건은 재판부 심증 형성 등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가정보원이 미국 정보기관 CIA에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6명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등 핵심 내용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게다가 홍 전 차장의 진술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앞선 재판에서도 주요 역할을 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계획과 정치인 체포 지시 내용을 전달받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체포 지시를 전달한 '홍 전 차장의 독대 보고'와 관련해 양측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지난 21일 1심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의 핵심 혐의인 직무 유기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일부 혐의만 유죄로 봐 징역 1역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에게 보고받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풍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홍 전 차장에게 기초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홍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린 것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홍 전 차장이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홍 전 차장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진술을 했을 수 있다'는 심증이 재판부에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 22일 홍 전 차장을 불러 한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은 1차 소환조사가 끝난 후 "(제가) 아무래도 국정원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다. 막상 와서 보니 특검에서도 단단히 오해할 만한 사항이 있었던 것 같다"며 "충분히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이 밖에 종합특검이 다방면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건 관계자들이 압박감을 느껴 진술 번복 혹은 거부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최근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다시 입건됐다. 곽 전 사령관은 내란 재판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진술했던 인물이다.
이와 관련, 현재 비공개로 진행 중인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 등 군 장성들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다른 군 관계자들이 '조사 관련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서초동의 변호사는 "아무리 형식적 입건이라 해도 주변인이 입건되는 것을 봤을 경우 심리적 압박이 생겨 기존 특검에 협조했던 걸 번복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