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위안부' 피해자, 국가 상대 첫 재판…"미군 무서워 울었다"

오석진 기자
2026.05.29 17:43
지난해 9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지촌 미군 위안부 주한미군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주한미군의 성착취행위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과거 주한미군 상대 성매매로 피해를 본 여성들이 국가와 주한미군을 상대로 낸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에서는 미군 위안부 피해자 한 사람이 직접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정호)는 29일 미군 위안부 피해자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성매매 피해 당사자 A씨가 재판부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열여섯에 기지촌에 인신매매돼 처음 미군을 봤다"며 "미군이 너무 무서워 울었던 기억만 생생하다. 기지촌에는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여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미군들에게 맞아 죽을뻔한 적도 있다"며 "그때 저를 때린 미군을 알아내 미군부대에 신고했는데 소용도 없었다. 미군에게 맞은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생한다"고 했다. 이 같은 말이 나올 때 방청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A씨는 또 "미군부대까지 들어가 미군을 상대해야 했고 동료들은 미군 훈련소 안까지 가서 미군을 상대했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미군 허락 없이 들어갈수도없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미군 부대에선 몰랐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때문에 사람을 피했고 평생을 기죽어 살았지만 지금이라도 미군 잘못을 알리려 용기를 냈다"며 "미군들이 하루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A씨 등은 미군 상대 성매매 행위가 이뤄진 데는 국가의 책임뿐 아니라 미군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냈다. 미군과 국가의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2022년 "국가가 주도해 미군 기지촌을 조성·관리·운영하고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하고 조장한 행위는 위법"이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원고들의 대리인은 "1968년쯤 한 여성은 동두천에서 미군에 폭행당했고 미 헌병대에 요청했으나 도움은 없었다. 다른 한 여성은 미군으로부터 강간·학대를 당했음에도 조사없이 병원에 가라는 말만 들었다"며 "미 헌병은 실질적으로 취한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성병 관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단체로 단속에 나서는 '토벌'과 미군이 상대 여성을 지목하기만 하면 여성을 끌어가는 '컨택'의 방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여성들은 강제로 감금돼 어떠한 성병 감염에 대한 의료적 진단이나 법적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페니실린을 투약당했다"며 "미군들은 투약량이 과하면 이들이 쇼크사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투약했다"고 했다.

국가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주한미군 배상사무소에 현재 서류를 보냈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늦어도 1개월 안에 실질적 회신을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국가 측 입장을 듣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21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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