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두 남성이 재심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했던 경찰관들을 고소한 가운데 이들 5명 중 3명만 검찰에 넘겨졌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일 낙동강변 살인사건 누명 피해자인 최인철 씨(63)와 장동익 씨(66)가 위증 혐의로 고소한 전직 경찰관 5명 가운데 3명을 불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2명은 불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고소장에는 해당 경찰관들이 과거 최 씨와 장 씨의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고문 등에 가담했으면서도 법정에서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청은 고소장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 5명 중 3명은 송치하면서도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혐의점을 검토했지만 이들이 가혹행위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게 주된 사유다.
불송치된 1명에 대해선 수사 과정에 일부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고문 등 가혹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심 법정에서 진술 역시 기억의 한계에 따른 것으로 봤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수사 기록상 서명 필적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고문 가담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최 씨와 장 씨 측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경찰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불송치 결정은 피해자들이 자기 몸으로 겪은 고문 기억에는 혼재라는 의심을 덧씌우면서 정작 객관 자료 앞에서 후퇴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피의자들의 기억 부인에는 과도하게 관대했다"며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사안으로 즉시 송치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위증죄 공소시효는 7년으로 실제 불송치된 경찰관 가운데 1명은 위증 혐의 공소시효가 오는 26일 만료될 예정이다. 피해자 측 이의신청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 전 검찰 판단을 받게 됐다.
앞서 최 씨와 장 씨는 1990년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에서 발생한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던 남녀를 괴한들이 습격해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남성은 격투 끝에 도망친 사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도망친 남성의 진술 등을 토대로 6개월간 수사를 벌였지만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 씨와 장 씨는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은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줄곧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21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2017년 5월엔 재심을 신청했고, 2019년 대검 과거사위원회의 '범인 조작' 발표를 계기로 재심이 개시됐다. 2021년 2월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이뤄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7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위증 혐의 고소는 뒤늦게 이뤄졌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큰 고통을 받으신 분들이 용서를 하면 '좋은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죄 판결 이후 최인철, 장동익 선생님께 '경찰들을 용서하자'고 말했다"며 "그러나 최인철 선생님은 아직도 고문에 의한 후유증을 겪고 계신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고, 그것은 내 욕심이었다. 최근 국가폭력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고, '이대로 놔두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