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덮친 5층 건물…'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왜 막지 못했나[뉴스속오늘]

박다영 기자
2026.06.09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 있는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규모의 빌딩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로 버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안전 수칙을 무시한 무리한 철거 작업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형체 알아보기 힘든 버스…승객 9명 사망

사고는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운림54번 시내버스를 그대로 덮쳤다. 건물 잔해에 깔린 버스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찌그러졌다.

당시 버스에는 승객 17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건물이 버스 뒤쪽으로 쏟아지면서 뒷좌석 승객들은 모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앞쪽 승객들은 가로수가 일부 충격을 막아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광주 학동 참사 3주기인 2024년 6월 광주 북구 각화정수장에 당시 사고로 매몰됐던 운림54번 시내버스가 보관되고 있다./사진=뉴스1

희생자 가운데에는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10대 학생, 아들의 생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에 다녀오던 60대 여성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직후 구조물에 몸이 끼어 1시간가량 갇혀 있었던 버스 기사 이모 씨는 훗날 "뒤에서 승객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사고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노선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이용객 수가 급감하기도 했다.

위험 경고 있었는데도 강행된 철거

수사 결과 사고는 예견된 참사에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업체는 건물을 위에서 아래로 부수는 방식으로 작업했지만 사실상 가림막 외에는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정류장 바로 앞에서 철거하는 모습이 불안했다"는 말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작업 방식이었다. 철거업체는 행정기관에 제출한 계획과 달리 건물 여러 층의 벽체를 한꺼번에 밀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건물 붕괴 위험을 크게 높이는 작업이었다.

사고 전부터 경고 신호도 있었다. 주민들은 사고 수개월 전부터 안전조치가 미흡하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일부는 건물 외벽에서 돌과 잔해가 떨어진다고 신고했다. 사고 당일에도 위험한 철거 작업이 이뤄진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건물은 철거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도로 쪽으로 무너졌고 정류장에 멈춰 있던 버스를 덮치며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 있는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규모의 빌딩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뉴스1
안전불감증과 비위가 만든 인재

경찰은 무리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안전관리 소홀, 감리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수사 과정에서는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안전 규정을 무시한 채 작업을 진행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와 철거업체, 감리업체 관계자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이들에게 최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학동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안전수칙 무시와 관리 부실이 겹쳐 발생한 인재로 기록됐다. 이후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해체 공정 관리와 안전점검 강화 필요성이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