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공시로 '주가 9배 뻥튀기'…알에프세미 전·현직 대표 구속 기소

박진호 기자
2026.06.10 15:34
무자본 M&A 거래 구조도. /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코스닥 상장사 알에프세미의 전·현직 대표들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에 함께 연루된 공범 2명과 법인은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10일 옛 기획재정부 차관보 출신의 알에프세미 전 대표 구모씨와 현 대표 반모씨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알에프세미 주식을 사들인 뒤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9배 가까이 끌어올린 다음 차명 주식을 매도해 대규모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 '최대 6조원 규모 리튬인산철 배터리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등 내용의 자료도 배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이들이 범행 과정에서 81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관련 거짓 외관을 형성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구씨와 반씨는 알에프세미에 대한 무자본 M&A(인수·합병)을 위해 단기 불법 사채 100억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배임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담보 목적으로 이사회 결의 없이 비밀리에 법인 명의로 연대보증을 세우는 동시에 법인 자금으로 100억원 실물 수표를 발행해 사채업자에게 교부한 것으로 봤다. 또 사채 변제를 위해 반씨 측 중국 공장과의 '배터리 독점 판매권' 양수 명목으로 법인자금 143억원을 지급해 임의 소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부당이득 138억원…소액 주주 1만5000명 손해
범행에 이용된 수표와 연대보증서. /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자금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를 노려 강남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급전으로 경영권을 빼앗고 허위 호재와 거짓 공시로 '2차전지' 유망주처럼 포장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들은 반씨가 운영하는 중국 유력그룹에서 200억원, 유상증자로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주고 대대적인 2차전지 신규 사업을 하게 될 것처럼 제안하며 알에프세미에 접근해, 경영권 주식 490만주를 주당 4249원에 인수받기로 계약했다.

알에프세미는 구씨의 이력과 반씨가 제시한 자료를 믿고 회사를 넘겼지만, 이들은 사실 자력이 없어 주식 대금을 강남 사채업자에게 빌린 100억원 등으로 납입했다. 그마저 비밀리에 알에프세미에서 수표 100억원을 출금해 사채업자에 담보로 제공하고, 법인에 해당 사채의 연대보증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또 연이율 260%가 넘는 사채 변제를 위해 법인 계좌에 주식 대금이 입금되는 즉시 '반씨의 중국 회사로부터 2차전지를 독점 공급받는 대가'라는 이례적 명목을 만들어 돈을 인출시킬 것을 계획했다. 반씨는 당시 1100억원에 달하던 법인 경영권 주식 470만주를 사실상 무상 취득했고, 공범들은 무자본 M&A 직후 차명 계좌, 조합 등을 동원해 대량 매집한 알에프세미 주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었다.

허위 공시로 약 1만5000명의 소액 주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피고인들이 시세 차익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138억원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한때 국가 재정을 책임지던 고위 경제관료가 세력들과 결탁한 사례"라며 "한번 주가조작에 가담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처벌한다'는 정부의 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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