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치킨 주문 폭주에 "2시간", 뷰잉펍 북적…광화문 뒤흔든 '점심 응원'

전형주 기자, 김소영 기자, 박다영 기자
2026.06.12 15:51

체코전 오전 경기에 '브런치' 관전…광화문 치킨집 문전성시
저녁 모임 대신 직장 인근 뷰잉펍 만석…사무실 배달 특수도

12일 월드컵 체코전이 열린 오후 12시쯤 광화문 청계천 주변 한 골뱅이집과 치킨 전문점 전경. 야장 분위기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골뱅이집은 오전 11시반 이미 만석이었고, 매장 내 모니터가 있는 다른 주점도 일찌감치 마감돼 다음 월드컵 경기일에 맞춘 예약 소식을 알렸다. 매장 내 관람 모니터가 없는 중구 다동의 치킨집 BHC는 야외테이블은 한산했으나, 치킨 주문 후 대기시간만 1시간이 넘었다. 인근의 KFC 매장도 배달 주문이 폭주하며 매장 내 이용 고객의 음식 수령 시간이 2시간에 달했다. 인근 직장인들의 주문 수요가 몰린 결과다. /사진=머니투데이 디지털뉴스부

"사무실에서 치킨 먹으며 월드컵 봐요."

한국과 체코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펼쳐진 12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서울 종로구 BBQ치킨 청계광장점은 밀려드는 주문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없어 매장 안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대신 밀린 배달이 많아 홀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매장 직원은 입구에 서서 "매장 이용은 가능하지만 배달 주문이 몰려 지금 주문하면 최소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손님들을 돌려보냈다.

인근의 KFC 청계천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 POS(포스)에 영수증 수십장이 길게 늘어져 있을 만큼 이미 배달이 밀려 있었다. 매장 측은 "주문한 음식을 받으려면 최소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주변에서 만난 한 배달원은 "광화문 일대 사무실에서 치킨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회사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며 경기를 응원하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밝혔다.

과거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밤늦은 시간까지 거리 응원을 펼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대표팀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잡히면서 사무실과 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소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12일 KFC 청계천점 매장 POS(포스)에 영수증 수십장이 길게 늘어져있다. 매장 측은 "주문한 음식을 받으려면 최소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사진=머니투데이 디지털뉴스부

달라진 응원전의 수혜는 배달업계와 뷰잉펍(대형 스크린을 갖춘 술집)이 받고 있다. 치킨집 전화기에 불이 났고, 맥줏집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스크린을 갖춘 맥주집과 식당은 일찍이 야외 테이블까지 만석을 이뤘다. 대형 스크린 2대를 갖춘 청계천변 맥주집 JH텍사스바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캐치테이블로 사전 예약한 손님만 입장 가능했다. JH텍사스바는 조별리그 2차전과 3차전이 예정된 19일과 25일에도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같은 시간 중구 무교동 대성골뱅이 집에도 현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환호성을 들었다. A씨는 "12시30분쯤 길거리에서 환호성을 들었다"며 "문이 열린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길래 들어갔더니 축구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동점골'을 넣었다며 기뻐했다. 응원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골목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크린을 갖춘 맥주집과 식당은 일찍이 야외 테이블까지 만석을 이뤘다. 대형 스크린 2대를 갖춘 청계천변 맥주집 JH텍사스바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캐치테이블로 사전 예약한 손님만 입장 가능했다. JH텍사스바는 조별리그 2차전과 3차전이 예정된 19일과 25일에도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디지털뉴스부

앞서 업계에서는 대표팀 경기가 모두 오전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그동안 한국은 회식이나 모임이 주로 저녁에 집중되는 루틴이 있었는데, 이 루틴이 깨진 것 같다. 저녁만 황금 시간대가 아니라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만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브런치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졌다. 기본적으로 점심 시간대도 사람들이 충분히 모일 수 있는 시간대가 됐다"고 밝혔다.

거리 응원전 역시 예년 못지않은 열기를 자랑했다. 이날 오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약 5700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오전 8시 500여명이었던 인파는 오전 9시 1000명, 오전 10시 3700명으로 불어났다.

빨간 반소매 차림의 '붉은 악마'들은 태극기와 막대풍선을 들고 다 함께 어울리며 애국가를 불렀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김상현(34)씨는 "여자 친구와 연차를 내고 왔다. 관심 없다고 해도 이러나 저러나 월드컵이긴 하다. 외국인들도 많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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