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패륜 상속인' 유류분 제한, 헌법불합치 당시 소송도 적용돼야"

정진솔 기자
2026.06.25 21:33
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패륜 행위를 한 상속인에게도 법에 따라 최소한의 유산(유류분)을 남겨줘야 하는 법이 2024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을 받고 이후 민법이 개정되면서 유류분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됐는데,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당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사건에도 개정 민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재판 당사자와 같이 개정 민법 시행 전에 패륜 가족의 상속을 알게 된 공동상속인은 오는 9월16일까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5일 A씨를 상대로 B씨 등이 낸 유언무효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 등은 부친이 2021년 10월 사망하자 2022년 5월 재산 대부분을 상속받은 A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다.

하지만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 등이 부친을 장기간 유기해 부양의무를 저버리고 피상속인 재산을 횡령하는 등 패륜 행위를 했으므로 유류분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20년 이상 부친과 그 배우자를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회사 운영을 통해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했으므로 유류분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던 중 헌재는 2024년 4월 유류분 관련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조에 관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리는 대신 2025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의 효력은 개정 전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했다.

1·2심은 개정 민법이 아닌 기존 조항을 기준으로 A씨가 B씨 등에게 유류분 부족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헌재가 위헌성을 지적한 부분까지 계속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구법 조항 중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 기여분에 관한 민법 조항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부분은 '적용중지'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정 민법 부칙은 신법 조항을 헌재 결정일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만 소급 적용되도록 규정했으나,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병행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며 병행 사건에 대해서는 신법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정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유언집행자나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가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권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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