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택배가 문 앞에 또 그대로 있었다. 벌써 여러 개째 쌓인 상태였다.
집주인은 홀로 사는 60대 남자. 평소 말을 붙여도 대꾸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 대인기피증이 있나 싶은 정도였다.
충북 영동 한 아파트에 사는 홍정순씨(가명·67)는 그런 옆집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 있었던 일이었다.
"혼자 사시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가끔 마트에 나오셔서 빵이나 커피 사 가시고요. 음식도 주로 사다 드시더라고요. 소통이 좀 되는 분이면 음식이라도 나눠 먹고 했을 텐데 그러지도 않으시고…."
평소 택배를 빨리 들여가는 편은 아녔으나, 이리 오래 놓인 적도 없었다. 어쩐지 불안했다. 홍씨는 사흘간 살펴보다 남편에게 부탁했다. 옆집에 가서 초인종 좀 눌러보라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문을 두드려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해보기로 했다. 관리소장도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듯 했다.
며칠이 더 지났다. 옆집 택배는 여전히 문 앞에 놓인 채였다. 택배를 집에 안 가지고 들어간 게 일주일이나 됐다.
지난 4일. 그날만큼은 도저히 안 되겠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홍씨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경찰에 있는 그대로 얘기했더니, 혹시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렇진 않다고 했지요. 경찰관과 소방관이 같이 왔어요."
냄새를 확인하는 건, 혹시 고독사가 진행 중인지 알고자 했던 것. 홍씨는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랐다.
현관문을 열려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해 난감한 상황이 됐다. 관리실 협조로, 옆집 남자 동생에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3층이라 사다리를 타고 베란다 쪽으로 진입했다. 구조대가 들어가 옆집 현관문을 열었다.
집 상태는 심각했다. 6월 초 무더위에도 난방이 가동돼 찜통이었다. 온갖 악취가 지독했다. 집주인은 장기간 씻지도 않은 상태. 흡사 죽어가고 있는 듯한 심각한 모습이었다. 통통한 편이었던 사람이, 배와 등이 달라붙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의식만 겨우 있었다고 했다.
홍씨는 구조 과정을 지켜봤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단 얘길 듣고 그제야 안도했다.
옆집 남자가 구조된 지 3일이 흘렀다. 그의 여동생이 홍씨에게 찾아왔다.
"동생 분이 오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신고해주시지 않았으면 (오빠가) 큰일 날 뻔했다고요."
경찰에서도 연락 와 '신고포상금'을 준단 걸 거절했다. 할 일을 으레 했을 뿐이란 생각에서였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인데, 택배로 위험을 알아채고 신고한 마음은 어떤 걸까. 홍씨가 이리 답했다.
"뭔가 건강히 있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고한 날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끔 보는 뉴스 헤드라인 있잖아요. '무관심 속에 소외된 이웃이 죽어갔다'. 그런 건 아닐까 싶어서요. 주저하지 않았지요."
혹여나 잘못됐다면 죄책감이 들었을 것 같다고. 그래서 홍씨는 신고한 뒤 "스스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옆집 남자는 치료 후 시설에 들어가 보호받기로 했단 얘길 들었단다. 홍씨가 끝으로 이리 말했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엄청나게 편해졌어요. 정말요. 그간 혼자서만 신경을 참 많이 쓰고 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