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의혹' 건진법사, 1심서 무죄…"정치자금 해당 안 돼"

박진호 기자
2026.06.29 15:32

법원 "전씨, '정치 활동 하는 자'에 해당 안 돼"
사기 혐의도 무죄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 1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검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재식 전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 등에게도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29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범행에 연루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 전 후보 등 3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전씨가 수수한 1억원이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치자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고 △정치 활동을 위한 자금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전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비공식적으로 윤 후보의 선거 운동을 주도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정치인들이나 정치 활동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씨가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공직선거에 의한 당선된 자,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 건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게 개인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에서 더 나아가 △정당이나 후원회 측에서 주요 직책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한 자 △정당 활동이나 공직 선거와 직접 관련된 활동을 하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씨를 설령 정치 활동을 하는 자로 보더라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전 후보 공천을 위해 다른 정치인들을 연결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정도의 행위를 정치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이 이 사건 자금의 사용 용도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자금이 정치자금에 해당하더라도 피고인들을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이상 미수에 그치는데 정치자금법에는 미수범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억원이 실제 다른 정치인에게 전달됐는지, 금액을 모두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 여부가 조사되지 않는 이상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전씨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정 전 후보로부터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앞선 재판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은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전씨는 줄곧 수수한 1억원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기도비'이며 예비후보였던 정 전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한 뒤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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