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담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미뤄지면서 오는 10월 새로 들어서는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작업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소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수사 권한이 정해지고 중수청과 공소청 등 검찰청을 대신할 각 조직의 인력 규모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 차원에서 형소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당초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형소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국회에 제출하진 않을 예정이다. 앞서 김민석 총리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안을 내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당정간 갈등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형소법 개정안 통과도 요원한 상황이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6·3 지방선거 직후 형소법 개정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와 전건송치 여부 등이 확실히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중수청 개청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중수청은 조직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지 모른 채 개청을 준비하게 됐다. 중수청에 필요한 인력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중수청 출범 인력을 전체 3000명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공소제기를 담당하는 공소청의 최소 인원도 고려돼야 해 하루빨리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인력 규모가 정해져도 직급 등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초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원을 채우는 데 문제가 생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중수청은 검찰에서 이동한 검사의 수가 수사력과 이어진다.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동할 경우 중수청 수사관으로 전직해야 하기 때문에 대우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이동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검사 출신 인력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초임·저년차 검사는 5급 또는 4급 상당으로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정직 공무원인 검사는 신임 검사여도 중앙부처 3급 과장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검사는 "중수청을 가든 말든 결정하려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라도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몇 천명 규모의 거대한 조직을 만드는데 이보다 작은 조직인 공수처를 만들 때보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며 "사법개혁 측면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