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하려고 입학때 받은 학부모 주소 쓴 유치원장…대법 "정당행위"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7.01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유치원 원장이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학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입학 당시 확보한 학부모의 성명과 주소를 활용한 것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민사소송 제기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개인정보 이용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원장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를 이유로 학부모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B씨 자녀의 유치원 입학 당시 '유아 학비지원금 신청' 등을 목적으로 수집했던 B씨의 성명과 주소를 별도 동의 없이 변호사에게 제공했다. 변호사는 이를 소장에 기재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수집 목적 범위를 벗어나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개인정보를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이용한 것은 당초 수집 목적 범위를 벗어난 행위이고, 법원의 사실조회나 주소보정명령 등 다른 절차를 통해서도 상대방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은 유지했지만 양형이 무겁다고 보고 벌금을 5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대법원은 "A씨가 B씨의 성명과 주소를 기재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우선 A씨가 B씨의 동의를 받아 성명과 주소를 적법하게 수집한 점을 지적했다. 또 성명과 주소는 개인정보에는 해당하지만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변호사에게 B씨의 성명과 주소를 제공한 것은 민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소장 기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이는 민사소송 제기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행위라고 봤다.

대법원은 소 제기 이후 주소보정명령이나 사실조회 등을 통해 상대방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소 제기 당시 개인정보를 이용한 행위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법원이 성명과 주소가 기재된 소장을 보관·관리하고 있고 열람·복사 절차에도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해당 개인정보가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형법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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