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로 내세운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급여화)'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중증·희귀 질환 대신 탈모 치료에 건보 재정을 쓰는 데 대한 논쟁뿐 아니라 지원 대상을 20~34세 청년층으로 정한 걸 두고 정치권에선 '매표'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건보 재정 여건을 고려해 급여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SNS(소셜미디어) 일각에선 "가다실9가 접종부터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으로 불리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다양한 생식기 질환·암종을 예방하는 가다실9가 접종이 비중증 질환인 탈모 치료 지원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재명 대통령은) 탈모가 더 이상 미용이 아닌 생존 문제라는데 암이야말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 아닌가. 암 예방보다 탈모가 우선인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다른 누리꾼은 "이번 건보 적용 논의 대상은 모두 남성형 탈모 치료제들"이라며 "가다실9가 지원 등으로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청년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다실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이다. 주로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HPV는 전체 인구의 80%가 평생 한 번 이상 감염될 만큼 매우 흔하다. 국내 HPV 보균자 수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HPV 신고자 수는 2020년 1만945명에서 2024년 1만4534명으로 약 32.8% 증가했다.

HPV는 면역 과정에서 대부분 자연 소멸하지만 지속 감염되거나 바이러스가 몸에 남는 경우 각종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 발생 암의 약 5%가 HPV로 발생한다. HPV는 여성에겐 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 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남성에게도 생식기 사마귀(곤지름)를 비롯해 음경암·항문암·두경부암·구인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여성암 중 네 번째로 흔한 자궁경부암은 암이 되기 전 단계에서 비교적 서서히 암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HPV 백신 접종 후 정기 검진을 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또 HPV 백신 접종률이 높았던 세대에서 20대 초반 자궁경부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영국 연구팀의 최신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HPV 백신은 서바릭스(2가)와 가다실(4가), 가다실9(9가) 등 3종이다.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 유발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16·18형만을, 가다실은 생식기 사마귀 원인의 90% 이상인 6·11형을 추가로 포함한다. 가다실9는 기존 4가 백신에 5가지 혈청형(31·33·45·52·58형)이 추가돼 관련 암·생식기 질환 발생의 90% 이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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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다실(4가)은 질병청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12세 남성 청소년과 12~17세 여성 청소년, 18~26세 저소득층 여성들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HPV 16형에 더해 4가 백신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52·58형 감염 사례가 흔한 만큼 9가 백신 추가 접종이 권고된다.

가다실9는 NIP는 물론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가다실9 1회 접종 비용은 전국 평균 21만8979원으로, 의료기관마다 최소 16만원에서 최대 30만원 수준이다. 3회 접종을 모두 마칠 경우 개인 부담은 약 48만~90만원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8개국 중 30개국은 이미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질병청은 2024년 발표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에서 'HPV 9가 백신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4가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데 그쳤다.
일부 지자체에선 자체적으로 가다실9 무료 접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충주시는 전국 최초로 2023년부터 18~26세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기준 80% 넘는 접종률을 달성했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 3월부터 13~17세 남성과 18~26세 미접종 남녀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행 중이다. 경기 김포시도 새 시장 지휘 아래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