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건 줄"…AI가 대신 받은 전화, 2030은 반기고 발신자는 당황

최문혁 기자
2026.07.01 15:19

"받고 싶은 전화만 받아 편리" vs "용건부터 묻는 기계음 기분 나빠"

최근 AI(인공지능)가 전화를 대신 받아 발신자의 신원과 용건을 확인하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사진=뉴스1.

"전화 거신 분의 성함과 용건을 알려주세요."

직장인 김모씨(34)는 얼마 전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상대방 대신 인공지능(AI)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전화를 걸 일이 많은 김씨는 최근 들어 이러한 안내 문구를 듣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다"며 "기계음이 용건을 묻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AI가 전화를 대신 받아 발신자의 신원과 용건을 확인하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이 최근 젊은세대 사이에서는 이른바 '콜 포비아'의 완충 장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화를 완전히 피하지 않으면서도 용건을 먼저 확인하고, 답변을 정리한 뒤 대응할 수 있어서다.

통화 스크리닝 기능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AI가 먼저 응답해 이름과 통화 목적을 묻고, 사용자가 이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아이폰 소프트웨어 iOS 26에서 처음 도입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26 시리즈에 기능을 추가했다.

스팸(무작위 발송 메시지)이나 보이스피싱(금융전화사기) 의심 전화 등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콜 포비아를 겪는 젊은 층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콜 포비아는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증상을 말한다. 알바천국이 2024년 Z세대 이용자 76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 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텍스트 소통'을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2022년 59.3%, 2023년 69.9%, 2024년 73.9%로 늘었다. 반면 '전화 소통'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022년 19.9%, 2023년 14.3%, 2024년 11.4%로 줄었다.

통화 스크리닝 기능을 쓰고 있는 직장인 구모씨(28)는 "통화 스크리닝을 켜두면 급한 연락만 먼저 받고 급하지 않은 연락은 답변을 미리 정리한 뒤 다시 전화하거나 문자를 할 수 있다"며 "통화에서는 즉각 대답을 해야하다 보니 실수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로 발신자 입장에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통화 스크리닝이 사회적 단절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통화 스크리닝 기능 너무 좋네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기계음이 먼저 들려 기분이 좋지 않다" "90년대 자동응답기가 도입됐을 때도 우리나라는 정서상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등 부정적 댓글이 다수 달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콜 포비아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세대적 특징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자기 상황에 따라 전화를 가려 받을 수 있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의 편의만 추구하다 보면 사회적 단절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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