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숨기고 "빚 7억 면제" 웃는다...회생 '악용 논란' 해소 방안은

오석진 기자,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7.02 11:35

[MT리포트]주가 고공시대 어두운 그늘 '파산' ⑤

[편집자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올해 파산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1만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되다. 파산 급증의 현장을 둘러보고 늘어난 파산 신청을 감당하기 위한 사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을 짚는다.
/사진=Chat GPT

파산·회생 제도는 빚에 몰린 채무자의 복귀를 돕는 마지막 방안이나 재산 은닉·허위 채무 조작·반복 신청·불법 브로커 개입 등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제도가 빚 탕감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악성 사건 선별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채무자회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은 총 83건(검거 78건)이며 검거된 인원만 109명에 달한다. 채무자회생법 위반은 크게 사기회생죄와 사기파산죄로 나뉜다.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처분하거나 부담을 허위로 늘려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범죄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재산을 숨기고 가짜 빚을 만드는 수법이 활용된다. 하지만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기 쉽지 않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A씨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월급 440만원을 기준으로 회생 계획 인가받았다. 그런데 A씨는 배우자 명의 계좌로 추가 근무 수당을 따로 받아왔고 이를 회생계획안이나 월간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법원을 속여 채무 약 11억7400만원 중 약 7억3500만원을 면제받았다며 사기죄로 기소했다.

1·2심은 A씨가 실제 소득을 숨겼고 그 결과 회생 계획이 인가된 점을 고려해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됐으나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허위 내용이 회생 계획 인가 여부나 변제율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정도여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파산·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사건은 전체 파산·회생 사건 수에 비하면 극히 적다. 그러나 파산·회생 제도가 법원과 채권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파장은 절대 가볍지 않다. 법원에 제출되는 채무자의 재판목록 등 자료가 허위라면 법원 판단뿐 아니라 채권자 배당·변제율·면책 여부가 모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틈새를 노리는 무자격 브로커도 문제다. 절차를 잘 아는 척하는 무자격자가 채무자에게 접근하고, 서류 작성·제출을 대리하거나 허위 임대차계약서 등 조작 서류 제출을 부추기는 방식이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는 파산·회생 사건을 알선한 브로커와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등이 적발됐다. 이에 법원도 브로커 체크리스트 제도를 도입해 의심 사건을 선별해왔다.

반복 신청 문제도 있다. 한 번 빚을 탕감받고도 또 탕감 신청을 해 행정력 낭비를 불러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의 지난해 상반기 개인파산 통계조사 결과, 과거 도산 절차 신청 경험이 있는 채무자 비율은 29.43%다. 2022년 이후 개인파산·개인회생 등 도산 절차 신청 경험이 있는 채무자 비율이 소폭 증가 추세다. 물론 과거 신청 경험이 있다고 전부 악용은 아니다. 실직, 질병, 경기 악화 등으로 다시 채무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악용 사례가 있지만 제도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악성 사건 선별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악용을 우려해 제도 문턱을 무작정 높이면 성실한 채무자의 재기를 가로막을 수 있다. 반대로 허위 자료 제출과 브로커 개입을 방치하면 제도 신뢰가 무너지고, 손해는 채권자뿐 아니라 성실한 채무자들에게도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 전후의 재산 이동, 채무 발생 경위, 소득 신고의 일관성 등을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법원·관재인·수사기관 간 정보 공유와 의심 사건에 대한 집중 심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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