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공시대 어두운 그늘 '파산'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올해 파산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1만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되다. 파산 급증의 현장을 둘러보고 늘어난 파산 신청을 감당하기 위한 사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을 짚는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올해 파산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1만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되다. 파산 급증의 현장을 둘러보고 늘어난 파산 신청을 감당하기 위한 사법부의 제도 개선 방향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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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회생 제도는 빚에 몰린 채무자의 복귀를 돕는 마지막 방안이나 재산 은닉·허위 채무 조작·반복 신청·불법 브로커 개입 등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제도가 빚 탕감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악성 사건 선별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채무자회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은 총 83건(검거 78건)이며 검거된 인원만 109명에 달한다. 채무자회생법 위반은 크게 사기회생죄와 사기파산죄로 나뉜다.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처분하거나 부담을 허위로 늘려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범죄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재산을 숨기고 가짜 빚을 만드는 수법이 활용된다. 하지만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기 쉽지 않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A씨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월급 440만원을 기준으로 회생 계획 인가받았다.
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하자 법원은 AI(인공지능) 신청서 작성 지원·도산사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도산 절차의 온라인·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자 집회 및 의결에 전자투표도 조만간 도입한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대리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자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고 도산 절차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예산 확보와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는 최근 정기회의를 열고 도산 절차 전반의 온라인·디지털화 필요성을 논의했다. 사건은 늘고 있지만 법원 인력과 채무자의 비용 부담은 한정돼 있어 절차를 더 빠르고 쉽게 바꿔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주요 과제로는 △AI 기반 도산 신청서 작성 지원 △도산사건 정보의 데이터화 △온라인 채권자집회 시스템 도입 등이 있다. 법원은 개인 회생·파산 절차에서 신청자가 채무목록·재산목록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개인 도산 신청서를 기계적으로 작성해주는 AI가 도입되면 채무자들의 변호사 등 선임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파산 신청은 10년째 4만~5만건대에 머물고 있지만 개인회생 신청은 2023년 이후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회생 접수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7% 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정한 소득은 있지만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장년층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법원통계월보·사법연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은 △2016년 5만288건 △2017년 4만4246건 △2018년 4만3402건 △2019년 4만5642건 △2020년 5만379건 △2021년 4만9063건 △2022년 4만1463건 △2023년 4만1239건 △2024년 4만104건 △2025년 4만908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회생 신청은 2023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개인회생 신청은 △2016년 9만400건 △2017년 8만1592건 △2018년 9만1219건 △2019년 9만2587건 △2020년 8만6553건 △2021년 8만1030건 △2022년 8만9966건 △2023년 12만1017건 △2024년 12만9499건 △2025년 14만9146건으로 집계됐다.
회생 제도가 재기의 기회이나 경제 상황 악화, 과거와 다른 회생 사례 등의 이유로 재기에 실패하고 기업이 청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생 절차가 실패로 돌아가면 그동안 피가 말리는 채권자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회생 절차를 악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반면 노력도 없이 일찍 재기를 단념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회생 절차가 결렬될 경우 법원은 '견련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견련 파산이란 인수자, 신규 자금, 회생 계획, 계속기업가치 등이 없어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할 때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는 절차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회생 사건을 담당하던 재판부가 견련 파산을 선고하면, 사건을 파산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로 재배당을 하게 된다. 견련 파산이 선고될 경우 법원은 기업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배분할 수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돼 파산이 선고됐다. 인터파크커머스도 지난해 12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된 당일 파산이 선고된 바 있다.
법인파산 신청이 10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금 조달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건설 경기 침체는 시행사·시공사·하도급업체·자재업체로 이어지는 연쇄 도산 위험을 키우고 있다. 2일 법원통계월보·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인파산 신청은 △2016년 740건 △2017년 699건 △2018년 806건 △2019년 931건 △2020년 1069건 △2021년 955건 △2022년 1004건 △2023년 1657건 △2024년 1940건 △2025년 228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 사이 3. 1배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00건을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파산 신청이 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1060건으로 전년 동기(2025년 1~5월) 992건보다 68건, 6.
"보통 2월 중순 설이나 9월말 추석 명절 이후 돈을 구하지 못하면 고민하다가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데 올해는 지난 4월부터 개인회생·파산 상담 신청이 엄청 늘었습니다. 안 되는 케이스는 걸러내는데도 일이 많아요. 5명 중 1명은 20·30대입니다. 최근에는 2000년생의 회생 신청도 받았어요. "(회생·파산 전문 법률사무소 직원 A씨) 평일 오후 서울회생법원 접수 창구 앞에는 서류 봉투를 든 민원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개인회생 신청 절차를 묻는 상담이 이어졌다. 다른 쪽에서는 법인파산 접수 서류를 챙기는 대리인들이 오갔다. 갓난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는 의자에 앉아 허리를 구부리고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접수 창구 앞에 선 민원인들의 사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더 이상 혼자 버틸 수 없어 법원으로 왔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에서 2년째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B씨는 "하루 평균 7~8명 정도 민원인이 상담하러 온다. 오늘은 5명 정도 왔다"며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