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전화했더니 AI가 받아 당황…'콜포비아' Z세대 구원투수? '시끌'

최문혁 기자
2026.07.02 04:20

애플·삼성 '통화 스크리닝'… AI가 먼저 발신자·용건 확인
'콜포비아' 젊은층에 유용… "사회적 단절 확산" 우려 공존

"전화 거신 분의 성함과 용건을 알려주세요."

직장인 김모씨(34)는 얼마 전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상대방 대신 AI(인공지능) 안내음성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전화를 걸 일이 많은 김씨는 최근 들어 이런 안내문구를 듣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다"며 "기계음이 용건을 묻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AI가 전화를 대신 받아 발신자의 신원과 용건을 확인하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이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른바 '콜포비아'(Call Phobia)의 완충장치로 주목받는다. 전화를 완전히 피하지 않으면서도 용건을 먼저 확인하고 답변을 정리한 뒤 대응할 수 있어서다.

통화 스크리닝 기능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AI가 먼저 이름과 통화목적을 묻고 사용자가 이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아이폰 소프트웨어 iOS 26에 처음 도입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S26 시리즈에 기능을 추가했다.

스팸(무작위 발송메시지)이나 보이스피싱(금융전화사기) 의심전화 등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콜포비아를 겪는 젊은층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콜포비아는 전화통화를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증상을 말한다. 알바천국이 2024년 Z세대(1997~2011년 출생자) 이용자 76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텍스트 소통을 선호한다'고 답한 비중은 2022년 59.3%, 2023년 69.9%, 2024년 73.9%로 상승했다. 반면 '전화소통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022년 19.9%, 2023년 14.3%, 2024년 11.4%로 하락했다.

통화 스크리닝 기능을 쓰는 직장인 구모씨(28)는 "통화 스크리닝을 켜두면 급한 연락만 먼저 받고 급하지 않은 연락은 답변을 미리 정리한 뒤 다시 전화하거나 문자를 할 수 있다"며 "통화에서는 즉각 대답을 해야 하다 보니 실수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반면 발신자 입장에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통화 스크리닝이 사회적 단절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통화 스크리닝 기능 너무 좋네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기계음이 먼저 들려 기분이 좋지 않다" "1990년대 자동응답기가 도입됐을 때도 우리나라는 정서상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같다" 등 부정적 댓글이 다수 달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콜포비아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세대적 특징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자기 상황에 따라 전화를 가려 받을 수 있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의 편의만 추구하다 보면 사회적 단절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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