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를 켜고 골목길을 들어왔다는 이유로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택시 기사의 피해 사실이 공개됐다.
지난 3일 JTBC '사건반장'은 대구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60대 택시 기사가 올해 1월7일 대구 남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앱 호출을 받고 승객을 태우러 목적지로 이동하다가 한 남성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제보자인 택시 기사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골목길 언덕을 천천히 오르던 택시 맞은편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은 택시를 보고도 옆으로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을 가로막았다. 이내 "XXX야, 개XX야. 차 빼라"라고 욕설하며 차량 보닛을 세게 내려쳤다.
제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차가 뒤따르고 있어 차를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브레이크만 밟은 채 겁이 나서 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남성은 택시 운전석으로 다가와 창문을 수십차례 가격했고 운전석 문을 열어 주먹으로 제보자의 얼굴과 눈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제보자는 "차 유리창이 깨질까 봐 집중하느라 차 문을 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차마 차 문을 잠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폭행이 이어지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제보자는 급히 조수석으로 피했다. 남성은 제보자를 따라 조수석 문까지 열고 폭행을 이어갔다. 제보자가 택시에서 내리자 골목 한쪽에 있던 업소용 대형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제보자의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제보자는 쓰레기통의 쇠 부품에 머리를 맞아 피범벅이 됐다.
이 남성의 확인된 폭행 횟수만 약 52회다. 지나가던 주변 시민의 도움으로 폭행이 멈췄고, 남성은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남성은 사건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택시가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언덕을 올라오는 게 기분이 나빴다"고 폭행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폭행으로 안와 골절, 두피 파열 등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그는 부상과 트라우마로 인해 택시 업무를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길에서 비슷한 옷차림의 남성만 보면 불안 증세를 느끼고 있어 가벼운 외출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남성은 특수상해 혐의로 지난 1월16일 검찰에 송치됐고 불구속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받고 있다"며 "탄원서도 쓰고 전화도 수차례 했지만, 검찰 측에서 배당된 사건이 너무 많다며 수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가해자에게 사과나 연락 한 통 못 받았다"며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다신 나 같은 피해자가 없게끔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