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비 오는 날이 많을 텐데 출퇴근길이 걱정이네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출근길 시민들은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는 접은 우산에서 빗물이 떨어졌고, 도로 곳곳에 고인 물웅덩이를 피해 걷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삼성역에서 만난 오모씨(57)는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데 우산까지 들고 타니 더 혼잡했다"며 "젖은 우산이 다른 사람들을 젖게 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오는데 습하기까지 해서 숨이 턱턱 막힌다"고 했다.
강한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려 하자 손잡이를 움켜쥐는 시민들도 있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바지 밑단은 빗물에 젖어 있었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학교에 가던 대학생 이민서씨(22)는 "집을 나선 지 얼마 안 됐는데 신발이 다 젖어서 찝찝하다"며 "지하철이 너무 복잡해서 집에 올 때는 퇴근 시간대를 피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열차 바닥은 승객들의 우산에서 떨어진 빗물로 흥건했다. 역 출구로 나오던 시민들은 우산을 펼치다 서로 부딪히며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통행 안내원은 출구 앞에서 "이동하세요"라고 반복해 외쳤다.
열차 안 혼잡으로 남성 2명이 시비가 붙어 지하철경찰대가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두 사람을 분리해 진정시킨 뒤 귀가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비 오는 출근길 열차가 혼잡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서로 오해를 풀고 돌아갔다"고 했다.
장화를 신고 출근길에 나선 30대 직장인 김지영씨는 "장마 예보를 보고 혹시 몰라 평소보다 일찍 나왔다"며 "다행히 열차가 지연되진 않았지만 사람이 많고 습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일대에는 우산 없이 정장 재킷이나 종이로 비를 피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신문으로 머리를 가리고 달리던 50대 직장인 최모씨는 "잠깐 커피를 사러 나왔는데 사무실에 우산을 두고 나와 뛰고 있다"며 "올해는 아직 비가 많이 안 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인가 싶다"고 했다.
이날 출근길은 많은 비와 함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운행 차질까지 겹치면서 더욱 혼잡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9분쯤 창동역~신이문역 구간 하행선에 전기공급 장애가 발생해 1호선 지하철이 지연 운행되는 등 2시간 넘게 차질을 빚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9일까지 전국 곳곳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중부지방과 전라, 경북 지역에는 짧은 시간에 강수가 집중돼 호우 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
8~9일 충청,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누적 강수량 20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겠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 경북 중·북부 지역 예상 강수량도 50~100㎜ 수준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1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도로가 침수될 수 있어 교통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짧은 시간에 강한 강수가 내려 하천 범람과 급류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