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신임 법원행정처장(62·사법연수원 23기)이 국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법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노 신임 처장은 14일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하는 노력에서 사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노 처장은 이날 "최근 마주한 사법제도의 큰 변화는 사법부가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며 "법치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국민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할 때 더욱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다"고도 했다.
노 처장은 사법부의 가장 기본적인 소명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동안 장기 미제 사건관리 시스템의 개선, 감정 절차 관리제도의 도입, 재판 인력 확충 및 사무 분담 제도 개편 등 다양한 제도개선과 함께 법원 구성원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재판 지연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며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사법 시스템 개선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노 처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법 시스템 개선은 재판업무의 효율성은 물론 국민의 사법 접근성과 편의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며 "오는 9월로 예정된 아시아ㆍ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는 사법부의 역할과 AI의 활용 등 주요 사법 현안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비전을 세계 각국의 사법부와 공유하고 논의할 뜻깊은 기회"라고 밝혔다.
전문 사법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노 처장은 "회생법원의 온라인 지원체계 구축, 가정법원의 후원ㆍ복지기능 강화, 해사 국제 상사법원 등 전문법원의 확대 등을 통해 전문적 사법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수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형사사법 절차에서 인권 보장과 충실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관의 재판 독립과 법원 구성원 보호도 강조했다. 노 처장은 "최근 법관의 독립적인 재판과 법원 구성원의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외부의 압력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재판업무를 수행해 오신 법관을 안타깝게 떠나보내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며 "법원 구성원 모두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힘든 자리일수록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적 ㆍ물적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법원 구성원이 행복하고 존중받을 때 더 나은 재판과 사법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는 안정적이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노 대법관을 신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했다. 행정처장은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며 대법관 중 1명이 겸임한다. 노 대법관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법관으로 임용돼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2024년 8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