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석인데 재판 안하는 행정처장 취임…공백 더 커지나

양윤우 기자
2026.07.15 16:09
사진은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머니투데이 DB

대법관 공석이 4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노경필 대법관이 재판 업무를 맡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고심 심리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공석인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한 만큼 후임 대법관 임명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법관이 전날 제29대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하면서 대법원 3부의 재판 업무에서 빠졌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중 1명이 맡지만 전국 법원의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기 때문에 재임 중 재판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법원 3부는 이흥구·오석준·이숙연 대법관 등 3명으로 운영된다.

대법원은 통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4명씩 3개의 소부를 구성해 사건을 처리한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후임 없이 퇴임했지만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이 재판 업무에 복귀하면서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그간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임 처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재판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처장직 공석을 채우면서 남은 대법관들의 사건 처리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 역시 커졌다. 특히 노 처장이 주심을 맡았던 김혜경 여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과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의 특수교사 사건 등도 새 대법관이 임명될 때까지는 심리가 늦어질 전망이다. 대법관이 교체되면 기존 사건을 다른 대법관에게 재배당하지 않고 새 대법관이 이어 맡도록 하는 것이 대법원의 관행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고심은 법 해석의 최종 기준을 정하는 곳인 만큼 대법관 1명이 빠지는 건 결론을 내릴 여건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9월 이흥구 대법관까지 퇴임하면 재판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법관이 그대로 퇴임하면 소부 자체가 운영될 수 없어 지금까지의 공백과는 차원이 다른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 대법관은 3부 소속인데 현재 3부엔 3명의 대법관만 남아있다. 법률상 2명은 합의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소부는 3명 이상의 대법관으로 구성돼야 한다. 소부 재판을 계속하려면 다른 부의 대법관을 옮겨 재판부를 다시 구성하거나 신임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

재판 인력이 줄어드는 부담을 감수하고 처장 공석을 채운 만큼 조 대법원장이 조만간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임원은 조 대법원장의 최종 후보 선정과 임명 제청 단계에서 멈춰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4명의 후보를 추천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5개월 넘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하지 않고 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를 압축하는 시점에서 노 전 대법관 후임까지 2명을 함께 제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 조율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양 측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한때 대법관 제청을 위한 소통도 사실상 중단됐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 안팎에서 '계속 청와대와 교착 상태로 있어야 하냐' '업무 공백은 막아야 한다' '결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 처장을 공석으로 뒀던 것인데 처장 자리를 메운 건 재판 업무 공백을 해소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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