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에도 총파업 나선 노동계…현장 갈등은 평행선

이현수 기자
2026.07.15 16:13

민주노총 "원청 교섭 촉구"…경영계 "방어권 보장해야"
교섭 요구 439건 중 본교섭 10건에 그쳐
전문가들 "사용자성·교섭 대상 법적 기준 마련 필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3월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5일 광화문에서 총파업대회에 나선 배경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은 노동계 기대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 꼽힌다.

노동계는 "원청이 법 취지를 외면하고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한다. 노란봉투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 3월10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1161개 하청노조(16만4000명)가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절차에 착수한 원청은 96곳, 실제 본교섭까지 진행된 곳은 10곳에 그쳤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직접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이라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갈등의 핵심은 노란봉투법의 현장 안착 여부다. 노동계는 법 시행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토로한다. 민주노총이 이날 광화문 총파업대회를 진행하면서 내건 슬로건도 '원청의 즉각 교섭' 촉구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법 적용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일 국민의힘 정책간담회에서 사용자 범위 조정과 사용자 방어권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청노조가 임금과 성과급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 우려가 커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기업이 사용자성을 법적으로 다투는 과정 자체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법 시행일부터 지난 6월19일까지 원청 141곳을 대상으로 노동위원회 절차가 진행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원청 교섭 원년, 초기업 교섭 돌파,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교섭을 회피해 온 불법 부당 노동행위에 맞서 오는 7월 15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현행 법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상당수 교섭 요구 사례가 노동위원회나 행정소송 절차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노동위원회 판단을 토대로 법적 기준을 구체화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용자성은 물론 어떤 사안이 교섭 대상인지에 대한 기준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리해야 한다"며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원청의 책임 범위는 법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원청의 교섭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종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은 "직접 고용계약이 없더라도 원청이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한다면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원·하청 간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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