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0일 낮 12시쯤 인천 북항터널을 달리던 BMW GT 차량 엔진룸에서 불이 나 차를 모두 태운 뒤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탑승자 2명은 무사히 대피했으나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으며, 5㎞가 넘는 해저터널 특성상 자칫 대형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사건은 그해 발생한 27번째 BMW 차량 화재였다.
사고 발생 바로 다음 날인 같은 달 31일에도 인천 서구 경인고속도로 가좌IC에서 서울방면 200m 지점에서 주행 중인 BMW 420d 차량에서 불이 나 운전자 등 2명이 긴급 대피했다. 운전자는 "주행 중 가속페달이 작동하지 않고 앞에서 타는 냄새가 나더니 엔진룸에서 연기가 발생해 정차하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 진화작업에 나서 10여 분만에 진화했다.
7월 19일에는 경기 구리시 북부간선도로를 달리던 BMW 520d 차량에서 불이났고, 바로 하루 뒤 경기 구리시 갈매 동구릉 요금소 부근에서 BMW GT 차량에서 불이 났다. 주차된 차량은 물론 운행 중인 차량에서조차 연일 화재가 잇따르면서, BMW 차주들 사이에서는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니냐'는 불안과 공포가 확산했다.
이 같은 화재가 잇따르자 BMW코리아는 2011~2016년 생산된 520d 등 총 42개 차종, 10만 6317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이다.아울러 BMW는 긴급 안전진단 기간 동안 고객이 원할 경우 무상으로 렌터카를 지원하는 대책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안전진단을 통과한 차량에서조차 불이 나면서 차주들의 불안은 더 증폭됐다.
같은 해 8월 20일 오후 4시 49분쯤 경북 문경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던 BMW 520d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갓길에 차를 대고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불길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이 차량은 그달 초 안전진단을 받았으나 이상이 없어 부품 교체나 운행정지 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앞서 8월 4일 전남 목포에서 불이 난 BMW 520d 역시 사고 불과 사흘 전 서비스센터 안전진단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1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연기가 피어오른 BMW GT 차량 역시 이미 안전진단을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BMW 차량의 주차장 진입을 막는 건물이 속출하며 'BMW 포비아'가 급격히 확산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기계식 주차장에는 'BMW 승용차 주차 불가' 경고문이 붙었고, 종로구의 한 복합상업시설은 지하 주차장에 BMW 전용 주차구역을 별도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BMW 차주들 사이에선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편의시설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BMW 차량 연쇄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의 설계 결함인 것으로 드러났다. EGR은 경유 차량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돌려보내 연소 온도를 낮추고 유해물질 발생을 줄이는 장치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가스를 식혀주는 'EGR 쿨러'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샌 것이 화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조사단은 EGR 장치 설계 결함에 따라 냉각수가 끓어 넘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불이 붙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국토교통부는 BMW코리아가 EGR 쿨러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하지 않은 것은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라고 보고, 과징금 118억 원을 부과하는 동시에 법인을 결함 은폐·축소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토부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BMW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관련 형사재판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장기간 추정(추후 지정)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BMW 차량 연쇄 화재 및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BMW코리아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부 디젤 차량의 EGR 결함을 알고도 숨기기 위해 정부 제출 자료를 누락하거나 결함 관련 표현을 삭제해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피의자 20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법인과 임직원 4명만 기소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선 기소유예 또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특히 김효준 전 BMW코리아 대표는 담당 부서의 은폐 범행을 뒤늦게 보고받은 점이 참작돼 범행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BMW 차주들은 차량 결함에 따른 위험 노출과 정신적·재산적 손해를 주장하며 BMW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송 제기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현재까지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는 등 유의미한 진행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는 2020년 조사에서 BMW코리아가 2014~2018년 EGR 쿨러 주변 부품 3종(파이프·브라켓·호스)을 정부 인증 없이 무단 변경해 옛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321억여 원을 부과했다. 이에 BMW 측은 해당 부품들이 시행규칙상 인증 대상이 아니라며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BMW코리아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부대 부품들이 배출가스 관련 부품이기는 하나 인증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미한 변경까지 모두 인증 대상으로 해석하면 제작사에 과도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차량 결함 판매로 부과된 과징금(118억원)보다 부품 변경 미신고에 따른 과징금이 더 큰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현재 이 사건은 기후부 장관 측의 항소로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