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베트남을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범죄 거점을 옮긴 한국인 스캠(온라인 사기) 조직원 19명이 범정부 합동 작전으로 검거됐다.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당국과 함께 알마티에 있는 스캠범죄 사무실과 조직원 은신처를 급습해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에 체류하던 같은 조직 소속 5명도 동시에 붙잡혔다.
정부가 중앙아시아에 거점을 둔 스캠 조직을 현지에서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자흐스탄에서 붙잡힌 14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차례로 국내에 송환됐다.
먼저 송환된 조직원 10명은 모두 구속됐다. 나머지 4명도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검거된 5명 가운데 4명은 구속됐고, 1명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다.
이 조직에는 최소 40여명이 가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중국 국적 총책과 관리자는 단속 움직임을 알아채고 중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을 인터폴 적색수배하고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조직원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다가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에서도 단속이 거세지자 올해 3월부터 카자흐스탄으로 순차적으로 넘어가 5월까지 조직 형태를 갖췄다.
경찰은 통신 등 범행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등 인접 국가로 육로를 통해 달아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조직이 카자흐스탄을 새 범죄 거점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은 알마티 외곽에 콜센터를 차리고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이른바 '셀프감금형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렀다.
대법원 등기가 도착했다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온라인으로 서류를 받을 수 있다며 가짜 사이트로 유인하는 방식이다. 이후 검사를 사칭해 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을 주고 숙박업소로 이동하도록 했다.
피해자가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하지 못하도록 고립시킨 뒤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고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후 피해자가 자신의 돈을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직접 옮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6명, 피해액은 약 6억원이다. 경찰은 체포영장 발부를 위해 우선 확인한 피해만 반영된 수치로, 추가 수사를 통해 전체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작전에는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외교부, 법무부 등이 참여했다. 경찰청이 한국인 스캠 조직의 카자흐스탄 진출 정황을 포착한 뒤 경찰과 국정원은 합동대응팀을 꾸리고 현지 당국과 검거 작전을 준비했다.
외교부와 주알마티총영사관은 현장 활동과 송환을 지원했고 법무부는 형사사법공조 절차에 착수했다. 카자흐스탄 국가안보위원회와 내무부도 조직원 추적과 감시부터 검거, 조사, 송환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동남아시아 인접국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이 중앙아시아 등 원거리 제3국으로 이동한 '2차 풍선효과'가 실제 검거로 확인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 피해 규모가 커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검거했다"며 "카자흐스탄을 새로운 스캠범죄 거점으로 삼으려던 시도를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분석하고 공범을 조사해 조직의 전체 규모와 추가 범행을 규명할 것"이라며 "범죄 조직이 생소한 국가에 숨어 있더라도 현지 당국과 공조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