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도 경찰청장도 없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검찰은 총장 대신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경찰은 청장 직무대행이 나서면서 국가 핵심 조직 곳곳이 정식 수장 없이 '대행 체제'로 돌아가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권력기관부터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공항·철도 공기업까지 수장 공백이 수개월에서 2년 넘게 이어지는 곳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뒤에도 '공석', '대행', '대행의 대행'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대행의 나라'가 됐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의 인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첫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심우정 총장이 사퇴한 이후 공석이다.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이 지난해 11월부터 대행을 맡았지만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된 이후에는 사의를 표시했다.
경찰청장 공석은 이보다 더 길다. '12·3 내란'사태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탄핵 소추된 이후 1년8개월 이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전국 경찰의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까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행정부는 아니지만 사법부의 대법관도 이례적으로 공석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물러난 이후 후임 대법관 제청 절차가 멈춘 상황에서 9월에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 제청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AI미래기획수석(하정우) △대변인(김남준·전은수) △디지털소통비서관(김남국) △국토교통비서관(이성훈)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김경수)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임문영) 자리가 출마 등을 이유로 비면서 핵심 참모진이 공백으로 남아있다. AI미래기획수석과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의 경우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자리다.
대행 체제는 국가 핵심 공공기관에서도 일상화됐다. 국내 최대 국제공항과 김포 등 전국 주요 공항을 책임지는 양대 공항 공기업이 동시에 CEO(최고경영자) 공백 사태를 맞았다.
특히 한국공항공사는 2년4개월째 정식 사장이 없다.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부사장마저 퇴임하면서 현재 본부장이 전국 14개 공항을 이끌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지난 3월 이학재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첫 이사장 공모가 무산된 뒤 지난 6월 재공모까지 실시했지만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세 번째 공모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관마다 공석이 발생한 배경과 인선 절차는 다르지만 검찰·경찰부터 공항·철도까지 국가 핵심 조직에서 동시에 장기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은 단순한 개별 인사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주요 조직을 직무대행에 맡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인사 지연 사태는 조직 장악은 물론 정책 집행, 행정 공백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