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나는 날 아는데도"…'공석' 키운 늑장 인사

"임기 끝나는 날 아는데도"…'공석' 키운 늑장 인사

이정혁 기자, 김성은 기자, 정혜윤 기자
2026.08.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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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처 '대행' 일상화]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 정부의 국정 운영 부담이 될 수 있다. 적임자를 찾기 위한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청와대 핵심 참모를 비롯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주요 공공기관장까지 국가 핵심 자리를 수개월에서 수년씩 비워두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단순한 인사 지연으로 보기 힘들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일상화됐다. 검찰과 경찰이 정식 수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데다 사법부에서도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하고 공항·철도 등 주요 공공기관에서도 후임 기관장을 제때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대부분 '예고된 인사'...공모에 재공모, 재재공모까지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에는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고 후보자 검증과 전임 정부 인사들의 잔여 임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주요 인선이 줄줄이 밀리면서 이제는 개별 후보자 검증에 시간이 걸리는 차원을 넘어 인사를 발굴하고 검증해 적기에 배치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대부분 '예고된 인사'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은 공기업·준정부기관장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고 시행령은 임기 만료를 이유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임기 만료 전까지 복수의 후임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퇴나 사고에 따른 공석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임기 종료는 시점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후임자 선임에 필요한 공모와 검증 기간을 어느 정도 역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년 씩 이어지는 기관장 공백을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선 절차를 아예 늦게 시작하거나 공모를 반복하고도 적임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서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국공항공사의 2년 넘는 공석과 국가철도공단의 거듭된 공모 파행을 보고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다고 당장 기관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직무대행이 예산 집행과 일상적인 행정을 처리할 수 있지만 장기간 임시 체제가 이어지면 대규모 투자와 조직 쇄신, 인사, 중장기 사업처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수반하는 결정에 조직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공항·철도 사고 예방부터 조식 쇄신 이끌 리더 공백 장기화...정부 정책 집행력 하락 불가피

특히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공항과 철도처럼 사고 한 번이 다수의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부터 사고 발생 이후 수습과 조직 쇄신까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질 지휘 체계가 명확해야 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 공공기관과 건설·교통 현장에 안전 강화와 신속한 정책 집행을 잇달아 주문하는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장에는 속도와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해당 조직의 최종 책임자를 제때 세우지 못한다면 정부 정책의 집행력과 책임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안팎에서는 국민 안전의 최전선에 있는 공항과 철도 기관의 수장 공백 장기화 사태가 얼마나 더 길어질 지 모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와 안전 책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인사 검증을 서두르다 부적격자를 임명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적임자를 찾는다'는 이유로 공모를 반복하거나 핵심 자리를 수개월에서 수년씩 비워두는 것 또한 정상적인 인사 검증의 결과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 박주성 기자 = 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이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인천공항 누적 여객 10억명 달성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7.07. photo@newsis.com /사진=류현주
[인천공항=뉴시스] 박주성 기자 = 김범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이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인천공항 누적 여객 10억명 달성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7.07. [email protected] /사진=류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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