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사칭, 성착취물 협박까지…67억원 뜯어낸 피싱 일당 검거

이현수 기자
2026.08.13 12:00

태국 방콕에 콜센터·합숙소 차려…피해자 68명
검찰 수사관→검사→금감원 직원 역할 분담…나체 사진 강요도

경찰이 태국 방콕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일당의 사무실에서 조직원들을 검거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67억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나체 사진을 찍도록 강요해 성착취물까지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8월 범죄단체활동과 전기통신사기환급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11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이미 별건 구속된 상태였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검찰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67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인당 최대 피해액은 5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일당이 벌어들인 수익금 1억57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일당의 사무실 모습. 컴퓨터 화면에는 위조한 검찰 문서가 띄워져있다./사진제공=서울경찰청.

일당은 1선(검찰 수사관), 2선(검사), 3선(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1선 조직원들은 공무원과 군인, 주부 등의 인적사항과 연락처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며 "계좌가 범죄 자금세탁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을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해 위조된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와 영장도 보여줬다.

이어 2선 조직원들은 검사를 사칭해 '약식 조사'를 명분으로 피해자에게 인근 모텔에 입실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위조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를 보내 "구속 전 임시 보호관찰 절차로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며 나체 사진을 촬영하도록 해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3선 조직원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피해자에게 "사건을 해결하려면 공탁금을 걸어야 한다"고 속여 거액의 돈을 허위 금감원 계좌로 보내도록 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법원,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전송한 위조 공문./사진제공=서울경찰청.

범행은 치밀한 조직 관리 아래 이뤄졌다. 중국인 총책 A씨(30대)는 지난해 태국 방콕에 콜센터 사무실과 숙소 등 범행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했다. 이후 한국인 공동 총책 B씨(25)와 조직원들을 모집해 총 24명(한국인 20명·중국인 4명) 규모의 범죄단체를 꾸렸다.

특히 1~2선 조직원들은 한국인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 달여간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범행 시나리오를 학습했다.

실적에 따라 더 많은 수당을 받는 '승진' 체계도 운영됐다. 1선은 편취금의 4%, 2선은 10%, 3선은 13%를 수당으로 지급받았다.

내부 규율도 엄격했다. 조직원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휴대전화 사용도 제한받았다. 총책 등은 조직원이 규칙을 어기면 욕설과 폭언을 하거나 여권을 경찰에 넘기겠다며 협박하고 폭행했다.

태국 경찰이 현지에서 보이스피싱 일당을 압송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경찰청.

경찰은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의 일원으로 태국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여 지난해 12월4일 태국 현지에서 조직원 13명을 검거했다. 이후 주태국 한국대사관 등과 협력해 지난 6월12일까지 한국인 조직원 9명을 모두 국내로 송환했다.

검거하지 못한 조직원 9명에 대해서도 적색수배를 내려 태국 경찰과 공조해 검거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이 매우 치밀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청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신체수색을 하거나 돈을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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