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아들이 여교사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자 범행에 사용된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버린 현직 경찰관 부부가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친족 특례가 적용되면서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은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전북 전주시 한 파출소 소속 A 경감과 아내 B씨를 불송치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A 경감 부부는 지난 5월 고등학생인 아들이 여교사를 불법 촬영한 사실을 알게 된 뒤 범행에 사용된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폐기한 혐의를 받았다.
A 경감의 아들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에는 A 경감 부부가 아들의 휴대전화를 없앤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의 행위는 이후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A 경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아들의 사건을 초기에 수사한 전주완산경찰서 수사팀과 A 경감 사이에 유착이 있었는지도 조사했다.
수사팀과의 통화 내역을 비롯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접속 기록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확인했지만 별도의 접촉이나 유착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A 경감 부부의 휴대전화 폐기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면 처벌하도록 하면서도,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범행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러한 규정에 따라 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와 유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A 경감에 대한 내부 징계 절차는 진행된다. 전북경찰청은 관련 판례와 징계 규정, 행위의 비난 가능성 등을 검토해 이달 중 A 경감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한 판례나 소청례, 징계 규정과 비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정한 기준에 따라 징계 의결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여론에 휘둘려 과하게 하거나 가볍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