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씌었다" 딸 살해한 엄마 '무죄'..."심신상실" 통했다[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6.08.19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6년 8월 21일 오후 경기 시흥시 시흥경찰서에서 '애완견에게 씌인 악귀가 딸에게 옮겨갔다'며 딸을 참혹하게 살해한 김모(당시 54세)씨와 아들(당시 26세)이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6년 8월19일.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이 "악귀가 씌었다"며 자신의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 피해자의 오빠도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어머니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아들에게는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같은 집에서 같은 피해자를 공격한 모자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반려견 악령이 딸에게 갔다"
2016년 8월19일 아침,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 김모씨(54·주부)가 자신의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다. 김씨는 "악귀가 씌었다"며 딸을 흉기로 찔렀고, 함께 있던 아들(피해자의 오빠)도 범행에 가담했다. /사진=뉴스1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50대 여성 김모씨(54·주부)의 아들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 전말은 이렇다.

당일 오전 6시쯤 김씨는 갑자기 "강아지에게 악귀가 씌었다"며 반려견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어 아들과 딸에게도 "악귀가 들었으니 거들라"며 흉기를 가져오게 했고, 세 사람은 함께 반려견을 공격했다. 잠에서 깬 김씨의 남편까지 김씨의 요구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다.

반려견이 죽자 김씨는 "악귀를 쫓아내야 한다"며 사체를 양동이에 넣어 삶기까지 했다.

이후 딸이 화장실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자 김씨는 이번에는 "악귀가 딸에게 갔다"며 딸을 공격했다. 아들에게도 "딸을 같이 죽여야 한다"고 재촉했고, 아들 역시 흉기와 둔기를 이용해 동생을 공격했다.

딸은 결국 오전 6시40분쯤 숨졌고 김씨는 이후 딸의 시신을 훼손했다. 그는 아들에게 "너도 악귀에 씌었냐"고 묻기도 했다.

아들은 오전 7시46분쯤 집을 나왔다. 김씨도 이후 아들을 따라 나와 편의점과 놀이터 등을 배회했다. 아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아버지에게 전화해 범행 사실을 털어놨고, 아버지는 지인을 통해 119에 신고했다.

잠시 연락이 끊겼던 아들은 오후 6시30분쯤 다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당장 자수하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김씨와 아들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종교에 빠진 김씨, 금식 명령까지
김씨와 두 자녀는 범행 닷새 전부터 금식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김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김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는 "물도 먹지 말라"며 물까지 끊게 했고, 밤새 남매에게 자신의 종교관을 설파했다. 김씨는 범행 전 남매에게 "나는 오늘 하늘나라로 간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아들은 처음엔 "엄마 정신 차리세요.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지만, 계속되는 김씨의 말에 점차 동조했고 결국 범행에까지 가담했다. /사진=뉴스1

김씨와 두 자녀는 사건이 벌어지기 닷새 전부터 금식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김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범행 이틀 전부터는 "물도 먹지 말라"며 물까지 마시지 못하게 했다. 밤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않은 채 남매에게 자신의 종교관을 이야기했다.

김씨는 범행 전 남매에게 "나는 오늘 하늘나라로 간다.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들은 처음에는 "엄마 정신 차리세요.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다. 그러나 김씨가 계속 같은 주장을 반복하자 점차 이에 동조했고 결국 범행에까지 가담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모자의 진술은 달랐다. 김씨는 "내가 미쳤던 것 같다"면서도 "딸에게 악귀가 옮겨가 범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들은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지시하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아들, 정신질환 없다" 유죄 판단, 근거는
경찰은 모자를 공주치료감호소에 보내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김씨는 환각과 피해망상 등을 동반한 조현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아들은 별다른 정신질환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사진=뉴시스

경찰은 모자를 공주치료감호소에 보내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것은 범행 당시의 책임능력이었다.

감정 결과 김씨는 환각과 피해망상 등을 동반한 조현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들에게서는 별다른 정신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판단할 능력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김씨와 아들은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4월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아들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무죄는 범행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처벌할 수 없어 김씨에게는 형벌 대신 치료감호가 명령됐다.

반면 아들은 어머니의 지시를 거부하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했고 당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들이 동생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범행 당시 판단 능력도 있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악귀는 나에게 씐 것인데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그렇게 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내가 악귀가 됐다.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고 (딸을) 정말 보고 싶다"고 고개를 떨궜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아들 역시 범행 당시 책임능력이 있었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징역 10년을 그대로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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