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들 사이에서는 한 텐션 하던 임기영(33)도 아기 사자들 앞에서는 한 수 접었다.
임기영은 지난 22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삼성 라이온즈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적응은 거의 다 된 것 같다. 잘 챙겨주는 것도 있는데 성격들이 어후... 다들 텐션이 높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11월 임기영은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대구수창초-경운중-경북고 졸업 후 2012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8번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고향을 떠난 지 14년 만의 컴백이었다. 그래서인지 KIA 시절 종종 나오던 경북 억양도 이젠 쉴 새 없이 나온다.
임기영은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신다. 내 주위 지인들이나 친구들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라팍에서 경기하다 '나중에 한 번은 여기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게 돼서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시원시원한 성격답게 속전속결로 이사부터 했다. 12년 만에 소속팀을 바꿔 낯설 법도 했지만, 다행히 새 둥지에는 이전 직장 동료들이 많았다. 먼저 이사 온 류지혁이 있었고, 큰형 최형우는 얼결에 이직 동기가 됐다.
임기영은 "(최)형우 형이랑은 처음에 그냥 서로 웃었다. 형이 이적한다는 소식에 내가 먼저 메시지했고, 형우 형은 '우린 뭐 이렇게 또 만나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형우 형은 2017년부터 같이 있었다. 지금 아내보다 더 많이 본 사이다. (류)지혁이도 마찬가지다. 다들 너무 오래 본 관계라 많이 의지가 되고 적응도 더 쉬웠다"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어린 투수들은 의외로 빠르게 친해졌다. 얼결에 투수조 4번째가 된 임기영은 얼렁뚱땅 으샤으샤 분위기에 합류했다. 최형우도 인정한 투수조 분위기다. 9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최형우 역시 "야수조 분위기는 투수조만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기영은 "나도 KIA에서는 텐션이 높은 편에 속했는데 여기서는 내가 제일 낮다. 던질 때 보면 항상 시끌시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불펜 피칭만 해도 옆에서 파이팅이 넘친다. 즐겁게 피칭하는 분위기다 보니까 적응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2년은 임기영에게 악몽과 같았다. 모두가 우승으로 기뻐했던 2024년 정규시즌 37경기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한 그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된 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마지막 시즌은 아예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1군 10경기 등판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13.00까지 치솟았다. 명백히 커리어로우다. 이에 임기영은 "마음이 쫓겼다. 첫 게임부터 잘 안 풀리다 보니까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아지고 위축됐다. 지난해에는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에게 최고의 시즌을 꼽으라면 단연 2023년이다. 정규시즌 64경기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불펜 에이스 역할을 했다. 임기영은 "그때 잘했다고 그때의 폼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때와 지금의 몸 상태는 다르다. 지금 내 몸에서 최대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무엇이든 바꿔보자는 마인드로 여러 가지 시도하고 있다. 가장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투구폼을 찾았고, 그것이 상체를 세워 던지는 것이었다. 전력 분석의 도움도 받을 생각이다.
임기영은 "나는 좋았을 때랑 안 좋았을 때의 차이가 워낙 크니까 데이터 부서에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삼성도 그런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들었다. 캠프에서도 던질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최형우가 합류한 삼성은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를 꺾을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진다. 이적생도 그 전력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임기영은 "나는 시즌 들어갈 때 개인적인 성적 목표는 잡지 않는 편이다. 팀이 잘하면 나도 잘할 거란 생각에 나는 무조건 팀 성적이 우선이다"라며 "밖에서 봤을 때도 삼성은 정말 강팀이었다. 거기에 전력이 추가됐고 특히 (최)형우 형이 온 것이 크다. 1차 캠프부터 분위기 자체가 정말 좋아서 나도 올해가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