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의 강점을 가리고 있어" SSG 특급 조련사의 조언, '미완의 1차 지명 잠수함' 구속보다 중요한 가치를 깨닫다

안호근 기자
2026.02.27 17:31
윤태현은 SSG 랜더스의 1차 지명 투수로서 지난해 경헌호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투구 폼을 수정했다. 그 결과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자신의 장점을 되찾았다. 윤태현은 고교 시절과 신인 시절의 좋은 투구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며, 직구의 무브먼트를 강화하는 그립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는 1군에서의 생존을 목표로 하며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SSG 랜더스 윤태현이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 야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 연습경기 8회말 무사 만루에 등판해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지금 폼은 너만의 장점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

지난해 SSG 랜더스 불펜을 리그 최강으로 탈바꿈시켜 놓은 경헌호(49) 투수 코치는 올 시즌 반등을 노리는 팀의 마지막 1차 지명 투수에게 조심스레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 윤태현(23)은 생각을 바꿔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태현은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 야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 연습경기 8회말 무사 만루에 등판해 1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윤태현은 이후 안타 하나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들을 땅볼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총 13개의 투구 중 9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질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으며 만루 상황에서도 볼넷 없이 안정적인 제구로 소프트뱅크 타자들을 압도했다.

기대감만 따지면 이러한 활약이 전혀 놀랍지 않다. 윤태현은 인천고를 거쳐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의 마지막 1차 지명자로 입단한 언더핸드 로컬보이다.

SSG 랜더스 윤태현이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 야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 연습경기 8회말 무사 만루에 등판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러나 2022시즌 3경기 출전에 그쳤고 이후엔 퓨처스리그에서만 출전했고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3시즌 종료 후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 윤태현은 지난해 5월 전역했으나 몸 상태를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윤태현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아무리 큰 기대 속에 입단한 1차 지명자라고 하더라도 1군에 오르지도 못하며 가능성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명품 투수 조련사의 조언이 윤태현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가진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경헌호 코치는 윤태현의 투구 밸런스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현재 모습은 너만의 장점을 가리고 있다. 가장 좋았을 때의 느낌을 다시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한 것.

입대 전 공에 힘을 더하기 위해 변화를 줬던 윤태현에겐 자신의 투구 매커니즘을 다시 점검하는 중요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더해 플로리다 캠프 후반, 코칭스태프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며 고교 시절과 신인 초반 좋은 투구를 보여줬던 본래의 감각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다. 본연의 장점을 극대화하자 공의 무브먼트가 살아났고 특유의 제구력까지 더해져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윤태현 또한 대만족하고 있다. 구단에 따르면 윤태현은 "우선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서 좋다. 미국 캠프 라이브 피칭 때는 안타를 다소 허용해 걱정도 됐지만, 이번엔 주자가 있는 상황인 만큼 무조건 낮게 던져 땅볼 유도(더블 플레이)를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래서 평소 직구 그립보다 손을 벌려서 잡았고, 그게 조금 더 떨어지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폼을 바꾼 게 더 잘 맞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제구도 조금씩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SSG 랜더스 윤태현이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의 1차 지명을 받았던 고교 시절 때의 느낌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등학교 때, 그리고 신인 시절 좋았던 느낌을 최대한 찾기 위해 준비했다. 작년 마무리 캠프부터 경헌호 코치님이 변화를 제안하셨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있었다"며 "미국에 와서도 코치님이 '지금 폼은 너만의 장점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재차 권유하셨고, 감독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주셔서 고민하다가 마음을 먹게 됐다. 플로리다 캠프 후반부부터 가장 좋았을 때의 느낌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좋았을 때 영상을 계속 보면서 밸런스 운동을 많이 했다. 아직 60~70% 정도로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타자들의 반응을 통해 더 자신감을 얻고 있다. 공의 움직임이 더 예리해졌고 예전에 비해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걸 느끼고 있다. "직구가 끝에서 움직임이 있으니, 헛스윙을 하거나 빗맞는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일본 타자들을 상대하면서도 꿈틀대는 직구가 통하는 걸 확인했다. "앞에 나간 투수들이 상대팀(소프트뱅크)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내 장점이 직구지만 무브먼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무브먼트를 주려고 그립을 조금 더 벌려서 잡았다. 그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길게는 선발이라는 확연한 목표가 있지만 당장은 1군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 목표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서 팀과 팬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투구를 하고 싶다"는 윤태현은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시즌 내내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SSG 랜더스 윤태현이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 야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구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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