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경우의 수'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8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호주전을 앞두고 복잡한 수학 계산기를 두드리게 됐다. 이번에는 단순히 승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점은 최소화하고 점수 차는 최대화'해야 하는 가혹한 과제가 주어졌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6 WBC C조 3차전서 4-5로 졌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다 3-4로 뒤진 8회 동점을 만들었지만, 승부치기 끝에 1점 차로 분패했다.
이 패배로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1승 2패를 기록하며 8강 자력 진출권을 상실했다. 대만은 2연패 뒤 2연승하며 기사회생했다.
한국이 대만을 잡으면 경우의 수 계산이 필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C조의 상황이 복잡해졌다. 우선 전제조건은 일본이 호주를 이겨야 하는 점이다. 그래야 호주가 한국과 대만과 같은 2패가 될 공산이 커진다.
이 경우 순위 결정의 핵심은 '실점률(실점/수비이닝)'이다. 경쟁팀끼리 비교이기에 일본, 체코전 결과는 제외된다. 기준점은 이미 모든 경기를 마친 대만의 '0.1296(19이닝 7실점)'이다. 한국이 8강행 티켓을 따내려면 무조건 대만보다 낮은 실점률을 기록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대만 상대로 10이닝 5실점을 했다. 결국 호주를 상대로 9이닝 동안 2실점을 해야 대만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 '동률 팀 간 실점률'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호주를 상대로 반드시 철벽 마운드를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호주전 9이닝 동안 단 2실점 이하로 틀어막아야만 대만(0.1296)보다 낮은 실점률을 기록하며 8강 진출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만약 9이닝 3실점을 허용할 경우, 한국의 실점률은 0.140(19이닝 8실점)까지 치솟아 대만에 밀리게 된다. 결국 투수진에 주어진 임무는 '승리'를 넘어선 '봉쇄'다. 실점 하나에 8강행 티켓의 주인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매 이닝이 결승전과 다름없는 긴장감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
여기에 '점수 차'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실점률에서 대만을 앞서더라도, 호주와의 상대적 실점률에서 밀리면 승리하고도 탈락하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1로 승리할 경우, 한국의 실점률은 0.105가 되는 반면 호주는 0.098로 더 낮아져 한국이 호주에 밀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류지현 감독 역시 8일 대만전을 마친 직후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마지막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아직 경우의 수가 남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준비해서 내일 경기에 나설 것
결국 류지현호가 8강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2실점 이하'의 완벽한 투구와 '5점 차 이상'의 화끈한 득점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9일 도쿄돔 마운드에 오를 선발 투수는 LG 트윈스 좌완 손주영이다. 손주영의 어깨에 모든 것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