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었는데..."
김태형(59)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자조 섞인 한 마디에 행사 초반부터 현장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김 감독은 가을야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팬들의 박수 갈채까지 자아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26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미디어데이에 참가해 출사표를 묻자 "작년도 그렇고 올해 초에도,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었다"면서 쓴웃음을 짓더니 "그건 그것이고 선수들이 많이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시즌 내내 가져가서 가을야구를 꼭 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와 올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3년 24억원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은 김태형 감독으로선 선수들의 잦은 부상에 더해 끊이지 않는 경기 외적인 잡음들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스프링캠프 기간 고승민, 나승엽, 김세민, 김동혁이 대만 타이난에서 도박장에 출입한 사실이 밝혀져 KBO로부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특히나 주전 내야수인 고승민과 나승엽의 공백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트리거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사회자들의 질문에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거인의 더 높은 비상을 위해 선수단 마음속에 가장 먼저 당기고 싶은 변화의 방아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헛웃음을 짓더니 "방아쇠를 많이 당기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단에 긍정적 변화를 주고 싶다는 뜻인 동시에 부진, 혹은 사적인 문제로 잡음을 일으키는 선수들을 겨냥한 중의적 의미의 발언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공백이 있다. 부상 선수도 있다. 한태양과 이호준이 시범경기에서 제 역할들을 너무 잘해줬다"며 "부상이나 (출장 정지) 경기 수에 맞춰 돌아올 수 있는 선수들이 합류하면 팀이 더 탄탄해질 것이다. 지금 너무나 잘 뭉쳐 있다. 올해는 좋은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사상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루고 롯데를 살려낼 구세주로 칭송 받으며 지휘봉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선수 보강 없이 맞이한 2024년 7위, 지난해엔 후반기를 3위로 시작하고도 12연패에 빠지며 다시 한 번 7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도 베테랑 투수 김상수를 잔류시킨 것 외에는 특별한 영입이 없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이기에 반드시 가을야구라는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전준우, 전민재와 함께 등장한 김 감독은 올 시즌 목표 순위에 대해 손가락 4개로 답했다. 어떻게든 가을야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가을점퍼를 사도 되나"라는 팬의 질문에도 "사셔라. 날씨가 쌀쌀하니 입으셔라"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는데 이어 "지금부터 가을까지 쭉 입으실 것이다. 빨리 사라"고 말해 박수를 자아냈다. 시작부터 팔, 다리가 묶였지만 올 시즌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롯데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8승 2무 2패, 승률 0.800으로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엔 '봄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여름데'까지 넘어 가을에도 웃을 수 있는 롯데가 될까. 김태형 감독이 실망스러웠던 지난 두 시즌과 달리 계약 마지막 해엔 '역시 명장'이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