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독 박철우입니다."
프로배구 우리카드 우리WON 배구단이 언론을 통한 우회적인 공표가 아닌 팬들에게 직접 소식을 알리는 역발상으로 '미라클 런'을 함께한 '장충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우리카드 배구단은 11일 오후 2시 15분 무렵 "박철우(41) 감독대행을 우리카드 제5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세부 계약조건은 구단과 감독 본인 합의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년 전 현역 은퇴 후 해설위원을 거친 박철우 감독은 지난해 4월 마우리시오 파에스 전임 감독 체제의 우리카드에 코치로 부임했다. 파에스 감독 체제의 우리카드는 6승 12패로 부진했다. 좋은 선수들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우리카드 수뇌부는 사령탑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갑작스럽게 중책을 맡은 박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기를 앞둔 선수의 컨디션과 훈련에서의 성과를 기준으로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부진하고 지친 주전들에게는 휴식을 주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줬다. 백업들에는 그 선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부여했다. 역할 부여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1세트부터 선수를 투입하면서, 나만 열심히 하면 언제든 출전할 수 있다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심어줬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이 결정에 우리카드 선수단은 180도 변했다. 원정 8경기 전승을 비롯해 후반기 18경기 14승 4패를 기록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한때 6위까지 처졌던 우리카드는 마지막 경기에서 자력으로 봄 배구를 확정했다.
이렇듯 대부분 팬이 예상하고, 어찌 보면 뻔했을 감독 선임에 우리카드는 팬 미팅 선공개로 특별함을 더했다. 우리카드 배구단은 언론에 배포하기 직전, 홈구장 장충체육관에 모인 2025~2026시즌 멤버십 회원 약 210명에게 박 감독의 부임 사실을 먼저 알렸다.
이날 우리카드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올 시즌 멤버십 회원 중 사전 신청자들을 상대로 팬 미팅을 열 예정이었다. 박 감독을 비롯해 코치, 국내 선수 전원, 외국인 선수 하파엘 아라우조(등록명 아라우조)까지 참석하는 건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수단 입장 및 이인복 단장의 팬 감사 인사 이후인 오후 2시 10분경, 장충체육관 내 전광판을 통해 '박철우 감독 선임' 영상이 깜짝 상영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한바탕 술렁이던 행사장 내 한쪽에서는 '감독 선임'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팬 퍼스트' 깜짝 이벤트가 최종 완성됐다.
우리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팬 미팅 현장에 참석한 팬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특별한 이벤트에 감동한 건 현장에 참석한 일부 팬뿐만이 아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카드 구단 공식 SNS 등지에서도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배구단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 배구단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팬분들께 가장 먼저 감독 선임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박철우 감독 역시 '한 시즌 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팬분들께 정식 감독으로서 가장 먼저 인사드릴 수 있도록 제안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라며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동안 우리카드 진성원 구단주와 이인복 단장이 항상 강조했던 '팬 퍼스트'와 '원팀' 정신이 2025~2026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발한 것. 우리카드 배구단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감독대행 역할을 맡아 성공적으로 팀을 이끈 성과를 인정했다.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우리카드에서 감독을 맡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나를 믿고 감독 자리를 맡겨 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카드가 지속할 수 있는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적적인 후반기로 올해보다 내년을 기대하게 된 '장충이(우리카드 팬 애칭)'들은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2026~2027시즌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