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4연패를 달성한 왕조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옛 이야기가 됐다. 삼성 라이온즈가 그토록 기다렸던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까지 무려 1631일이 걸렸다.
박진만(50)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1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13-5 대승을 거뒀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 도미노로 쓰러진 가운데에서도 5연승을 달렸고 10승 4패 1무를 기록, LG 트윈스(10승 5패)를 제치고 단독 1위에 등극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하고 한국시리즈에서 8차례나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KBO 최다 우승 2위 구단이지만 2015년 이후로는 과거의 명성이 잊힌지 오래였다.
삼성이 마지막으로 단독 1위에 오른 건 무려 4년 5개월 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1년 10월 27일 이후 정확히는 1631일 만의 나홀로 1위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부상자들이 줄 이탈해 완전체가 아닌 상황이기에 더욱 뜻 깊은 순위다. 이미 김영웅이 햄스트링 부상, 김성윤이 옆구리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전날 구자욱이 왼쪽 가슴 미세 실금 부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설상가상으로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이성규가 당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도 갑작스런 담 증세로 인해 홍현빈과 교체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투수진이 흔들리는 한화를 차분히 공략했다. 전날엔 18사사구라는 KBO 역대 최초의 기록의 주인공을 세우며 승리를 챙겼고 이날은 1회부터 선발 윌켈 에르난데스를 맞아 융단폭격을 가하며 1회 도중 강판시켰다. 1회부터 7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왔다.
삼성도 선발 양창섭이 흔들리며 2회 3점을 내줬지만 이후 등판한 장찬희가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히 틀어막으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타선에선 5회 4점을 더 추가했고 7회와 9회에도 한 점씩을 추가해 13-5 승리를 완성했다.
김영웅이 빠진 빈자리에선 전병우가 6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구자욱과 김성윤, 이성규까지 빠진 외야에선 박승규가 6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김지찬이 4타수 3안타 1볼넷 1도루 2득점 등으로 활약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가면서 장찬희가 갑자기 뒤를 이었는데 정말 멋진 피칭을 해줬다"며 "신인 티가 전혀 없었다. 배포 있게, 자신감 넘치게, 여유를 보이는 피칭을 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보여줬다. 계속 경험을 쌓는다면, 원태인의 뒤를 잇는 최고의 선발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실제 능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이어 "타선에선 1회에 최형우가 물꼬를 터줬고, 이후 강민호의 추가 타점과 전병우의 2타점이 승기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삼성은 압도적 불펜의 힘으로 차곡차곡 승리를 쌓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2.74로 유일한 2점대 ERA를 갖춘 불펜이다. 마무리 김재윤을 비롯해 배찬승과 임기영, 최지광, 이승민, 우완 이승현, 미야지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왕조 시절'의 막강했던 불펜진을 떠올리게 하는 삼성은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 더욱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올 시즌 삼성이 더욱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