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저 자신에게 욕을 했다."
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이 2-0으로 여유 있게 앞서가다 순식간에 2-2 동점을 허용하며 승기를 놓칠 뻔했던 순간을 되돌아보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수원은 25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6 9라운드 홈 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3-2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반 33분 김도연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11분 강현묵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은 수원은 이후 두 골을 내리 실점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14분 헤이스의 페널티킥 결승골이 터지며 승점 3을 챙겼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개막 후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던 부산의 독주 체제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두 팀은 나란히 7승 1무 1패 승점 22를 기록하며 선두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총 5골이 나왔다. 경기장에 오신 팬들은 즐거웠을 것"이라며 "포지셔닝과 경기 템포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팬들의 성원 덕분에 이길 수 있었고, 선수들도 끝까지 팀으로서 잘 싸워줬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 뒤에 가려진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부산도 상당히 잘 싸웠다. 칭찬해주고 싶다"면서도 "2실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경기 리뷰를 통해 강하게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두 골 차 리드를 뺏겼던 후반 중반의 상황에 대해 이정효 감독은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고백했다. 이정효 감독은 "교체 카드를 활용한 뒤 집중력이 흐트러진 부분이 있었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순간적으로 제 자신에게 욕을 했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나, 다른 선수를 넣을 수도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수확은 있었다. 2005년생 신예 김도연은 페널티킥을 유도한 데 이어 직접 키커로 나서 프로 데뷔골까지 터트렸다. 이정효 감독은 "김도연은 훈련에서 이미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페널티킥 상황이 오면 김도연이 차도록 미리 정해뒀었다"며 "성장하는 선수가 데뷔골로 자신감을 얻는 것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팀이 끈끈하게 버텨낼 수 있을지 감독으로서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의미도 컸다"고 믿음을 보였다.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에 대한 극찬도 잊지 않았다. 상대 핵심 공격수 크리스찬을 완벽히 봉쇄한 홍정호를 향해 "경기장 안팎에서 내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임에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경기를 이끈다"며 "유스 출신 어린 선수들이 홍정호의 축구에 대한 깊이를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고종현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정효 감독은 "아직 멀었다"면서도 "옆에 홍정호라는 좋은 선수가 있다고 해서 그에게 기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경험 많은 홍정호를 도와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자극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