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안팎에서 보내주신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곧 한국을 떠나는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잭 쿠싱(30)이 짧은 기간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사 인사를 전했다.
쿠싱은 15일 대전 수원 KT 위즈전, 한화가 5-2로 앞선 9회말에 올라와 1이닝 동안 볼넷과 삼진 없이 3피안타 1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쿠싱은 개막 첫 등판 만에 부상 이탈한 오웬 화이트(27)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 4월 5일 새벽 한국에 입국했다. 계약기간 6주, 총액 9만 달러에 한화와 계약하고 이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쿠싱은 마지막 등판 앞두고 현장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많이 아쉽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보낸 시간에 정말 감사했다. 지금까지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여정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발 투수로 뛸 거란 세간의 예상과 달리, 입국 시점부터 흔들리는 불펜 사정에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그 탓에 쿠싱의 KBO 성적은 16경기 1승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79, 20⅔이닝 6볼넷 26탈삼진으로 다소 어지럽다. 이에 쿠싱은 "조금 힘들 때도 있었지만, 최근 2년 동안 불펜을 했기 때문에 루틴이 있어 부담은 없었다"고 답했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뛰어준 쿠싱에 사령탑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경기 전 쿠싱이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한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에도 "쿠싱에게 마지막 날까지 고생 많았고,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쿠싱은 "나를 선택해준 한화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이 팀에 합류한 건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즐거웠고 멋진 경험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삼진, 첫 선발 등판, 첫 세이브, 첫 승리 등 어떤 리그에서 데뷔하든 모든 투수가 그런 순간을 가지는데 나 역시 그런 장면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KBO 리그와 한화 선수단에도 어느새 정이 들었다. 쿠싱은 "솔직히 처음 올 때는 KBO리그를 많이 알지 못했다. 내게는 배움의 과정이었다. 미국과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 특히 타자들이 굉장히 콘택트에 집중하고 파울로 끈질기게 버티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인상적이었던 건 팀원들이나 한국인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삼성전이 기억난다. 그때도 선수들이 나를 응원해줬다. 팀 분위기도 굉장히 긍정적이었고 함께 있기 즐거운 사람들이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화 선수단과 쿠싱의 끈끈한 관계는 경기 전후에도 나타났다. 마지막 경기에 하루 앞서 쿠싱은 티셔츠에 선수단 전원의 사인을 받고 포옹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뿐 아니라 15일 경기를 마치고 한화 선수단은 우리가 가족이었음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의미에서 대전구장 라커룸의 이름표를 명패로 만들어 쿠싱에게 전달했다.
15일 경기를 승리로 이끈 문현빈 역시 "개인적으로 쿠싱 선수가 마지막 경기인데 멋지게 세이브해줘서 정말 기쁘다. 팀을 위해서 멀티 이닝도 소화하고 많이 던져줬는데 팀원으로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쿠싱에게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선수단을 대표해 마음을 전했다.
쿠싱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대전 생활을 정리한 뒤 아내와 함께 20일 출국할 예정. 경기 후 쿠싱은 "팀이 승리해서 매우 행복하다. 사실 오늘 스스로 느끼기에 제구가 좋았는데 상대 타자들이 잘 쳐서 솔직히 긴장됐다. 하지만 우리 수비들이 잘 도와준 덕에 승리를 지켜낸 것 같아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고 마지막 등판 소감을 밝혔다.
6주 단기 아르바이트에도 헌신한 쿠싱에 한화 팬들은 뛰어난 성적이 아님에도 많은 박수를 보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 응원은 쿠싱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경기에 앞서 한화 팬들을 향한 메시지로는 "개인적으로 이런 응원은 받아본 적이 없다.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팬이 응원해준다는 걸 느꼈다"고 뭉클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쿠싱은 경기 후에도 "한화 팬들은 정말 최고다. 한국에 와서 최고의 팀원과 최고의 팬을 만나 정말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