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알코올 의존증 투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격투기 전설의 사연이 공개됐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두 체급 챔피언 이오카 히로키(57)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매체 '아사히 신문'은 21일 "이오카가 지난 수년간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으로 투병해 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한때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오카는 오는 23일 후쿠오카시에서 열리는 라이브 이벤트 무대에 올라 직접 금주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오카는 지난 198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일본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7년 WBC 스트로급 세계 타이틀을 획득하며 일본인 최연소 기록인 18세 9개월의 나이로 왕좌에 올랐고, 1991년에는 WBA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까지 차지하며 두 체급 석권을 달성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남겼다. 통산 전적은 42전 33승(17KO) 8패 1무다.
특히 국내 복싱 팬들에게 이오카는 한국 복싱사 최다 방어 기록을 보유한 전설 유명우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파이터로 저명하다. 프로 데뷔 후 36연승과 17차 방어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질주한 유명우는 1991년 치러진 WBA 주니어 플라이급 18차 방어전에서 이오카에게 판정패하며 벨트를 내줬다. 1년 뒤 유명우는 리턴 매치에서 이오카에 설욕하며 타이틀을 되찾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화려했던 챔피언이었지만 현역 은퇴 이후의 행보는 처참했다. 이오카는 선수 시절에는 술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지만, 1998년 12월 링을 떠난 이후 거의 매일 술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10잔이 넘는 소주를 마시던 음주 습관 탓에 건강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졌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오카는 소주 3병가량을 한 번에 원샷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3년 전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아 입퇴원을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강 악화는 치명적이었다. 이오카는 지난해 가을 화장실에서 하혈을 일으켜 구급차로 긴급 이송된 뒤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당시 담당 의사가 그의 아내에게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을 만큼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다행히 고비를 넘긴 이오카는 네 번째 입원 치료를 마친 끝에 올해 2월 마침내 퇴원할 수 있었다.
갖은 투병 논란을 뒤로하고 이오카는 아내와 함께 다소 이례적인 금주 선언을 준비 중이다. 라이브 무대에 서서 '목숨을 깎아 먹는 술은 이제 필요 없다', '다음에 또 마시면 나는 죽는다'는 등 다소 특이한 가사가 포함된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이오카는 '아사히 신문'을 통해 "나와 마찬가지로 알코올 의존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과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다"며 "이 노래가 그들의 금주 의지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