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동점인지 역전인지 잘 몰랐습니다."
선수 본인조차도 예상치 못한 홈런이었다. 3점 차 뒤진 상황에서 나온 거짓말 같은 대역전 만루포. 그걸 강승호(32·두산 베어스)가 해냈다.
두산은 지난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9회초 대거 6점을 뽑아내며 9-7로 승리했다. 모처럼 '미러클 두산'을 다시 떠올릴 만한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3-7로 뒤진 채 맞이한 두산의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삼성은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마무리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두산은 손아섭의 중전 안타와 카메론의 볼넷으로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김민석의 삼진 후 대타 김인태가 다시 볼넷으로 걸어나가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삼성은 투수를 배찬승으로 교체했으나 두산은 박찬호가 중전 안타를 때려 4-7로 따라갔다. 이어 강승호가 배찬승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단숨에 승부를 뒤집는 만루 아치를 그려냈다. 2사 후에는 정수빈이 바뀐 투수 장찬희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2점 차로 달아났다.
경기 후 만난 강승호는 만루 홈런 상황에 대해 "배찬승 선수가 슬라이더가 주무기이고 또 만루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구보다는 변화구 승부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임했다"며 "슬라이더를 높게 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딱 생각했던 코스대로 공이 들어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너무 짜릿했다. 사실 (베이스를) 돌면서 동점인지 역전인지 잘 몰랐는데 (홈에) 들어와 확인해 보니 역전이더라. 기분 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승호의 만루 홈런은 데뷔 후 2번째이자 2023년 7월 8일 잠실 키움전 이후 1056일 만이었다.
두산은 이날 4회까지 0-6으로 뒤지며 끌려갔다. 그러나 5회초 카메론이 삼성 선발 원태인에게서 스리런 홈런을 때려 추격의 불씨를 살렸고,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강승호는 "사실 점수 차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홈런이 많은 편인) 대구구장이라 조금만 따라가면 역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마침 9회에 앞 선수들이 좋은 찬스를 잘 만들어줘 저도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고 기분 좋은 승리를 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