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흔히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타율이 높고 평균자책점이 낮을수록 승리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 야구계의 당연한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LG 트윈스는 이러한 야구계의 오랜 공식과 수학적 확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기묘한 '이기는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염갈량' 염경엽(58) 감독의 신들린 '버티기 야구'가 있다.
승패를 제외한 최근 10경기 지표를 살펴보면 LG의 기록은 처참한 수준이다. 10경기 팀 타율은 0.232로 리그 최하위권(9위)에 머물고 있으며, 마운드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팀 평균자책점(ERA) 역시 5.34(9위)로 낙제점에 가깝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2승 8패나 3승 7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심지어 팀의 핵심 전력인 내야수 문보경(26)과 외야수 문성주(29)가 동시에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까지 겹쳤다. 공수의 핵심인 '차포'를 모두 떼고 경기에 임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는 정반대다. LG는 이 기간 동안 7승 3패(승률 0.700)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리그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심지어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 없는 2위다. 팀 타율 0.305, 팀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하며 똑같이 7승 3패를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와 비교하면, LG의 승률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지표와 악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기적'인지 한눈에 드러난다.
이러한 '지표 파괴'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염경엽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경기 운영과 효율성 덕분이다. 염 감독은 안타를 많이 치지는 못하더라도 승부처마다 철저한 작전 야구와 상대 실책을 파고드는 집요한 주루 플레이로 점수를 짜냈다. 마운드 역시 경기 전체적으로는 많은 실점(ERA 5.34)을 허용했을지언정, 이기는 경기에서는 필승조를 정밀하게 가동해 1점 차 리드를 악착같이 지켜낸 모양새다. '질 때는 크게 지고, 이길 때는 끈질기게 이기는' 염갈량식 '가성비 야구'의 극치를 보여준 셈이다. 야구는 축구가 아니기에 득실 차는 의미가 없는 수치다. 염 감독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도 "질 때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 지더라도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고도 지략과 집념으로 승리를 쌓아 올린 LG 트윈스. 타선과 마운드가 정상 궤도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이번 7승 3패는 향후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서 엄청난 자산이 될 전망이다. 과연 LG가 주전들의 복귀와 함께 완벽한 강팀의 면모를 되찾을지, 아니면 이 기묘한 버티기 야구를 어디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