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의리(24·KIA 타이거즈)가 끝내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새 아시아쿼터로 선발 자원을 영입하는 등 팀 내 투수진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사령탑 역시 그의 1군 복귀 시점에 관해 확실하게 못을 박지 않았다. 분명 과거와 달라진 태도라 할 수 있다. 만약 이의리가 없는 상태에서 팀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차라리 이 기회에 병역 문제부터 해결하고 오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2연패에 빠진 KIA는 28승 1무 24패를 마크하며 리그 4위에 자리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KIA는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투수 이의리와 홍민규를 말소하는 대신, 김건국과 김현수(17번)를 1군 엔트리에 등록한 것이다.
지난 2024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이의리. 올 시즌 그는 10경기에 등판해 1승 6패 평균자책점 9.42의 성적을 올렸다. 총 35⅓이닝 동안 41피안타(8피홈런) 33볼넷 39탈삼진 37실점(37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2.09, 피안타율 0.295의 세부 성적을 남긴 채 2군으로 향했다.
이의리는 앞서 휴식 차원으로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 동안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채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최근 경기였던 지난 29일 LG전에서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1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부진한 게 뼈아팠다.
사실 이의리가 계속 부진해도 이범호 KIA 감독은 인내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의 2군행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때마다 "좋은 투수는 어떻게든 살려서 가야 우리 팀에도 좋다. 사실 (2군에) 내리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잘 던질 수 있게 만드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다. 잘 던져주길 바라고 있다"며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그랬던 사령탑도 결국 더 이상 그를 놔둘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난 28일 일본인 아시아쿼터 선발 자원인 시라카와 케이쇼를 총액 10만 달러(계약금 2만, 연봉 4만, 옵션 4만)의 조건에 계약하며 영입한 것이다. 이에 KIA는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 양현종, 황동하, 김태형에 이어 시라카와까지 6명의 선발 자원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3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의리에 관해 "좋지 않은 것 같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 자리는 시라카와가 대신할 것이다. 이의리는 2군서 준비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태형이와 시라카와가 어떻게 던지는지 봐야겠지만, 태형이의 컨디션도 좋은 상태다. 그래서 우선 태형이와 시라카와를 (이의리의 빈자리에) 쓸 생각이다.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리그서 100구 투구를 5차례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80구 정도까지는 문제없이 던지지 않을까 한다. 잠깐 불펜으로 쓰다가 선발로 내보낼까 했는데 바로 간다. 현재로서는 내달 4일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로 생각 중"이라 설명했다.
그럼 이의리는 언제쯤 1군으로 오는 걸까. 이 감독은 "모르겠다"고 잘라 말한 뒤 "우리 선발들이 어떻게 도는지도 봐야 한다. 저희도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거기에 맞게 가장 좋은 선발 자원을 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의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눈 건 없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이야기를 하면 본인만 더 머리 아프고 복잡할 것이다. 아직 젊은 선수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저희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더 던지게 하는 건 팀한테도 굉장한 마이너스일 것 같아, 당분간 조금 내려놓고 차분하게 지켜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광주수창초-충장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이의리는 2021년 KIA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입단 계약금은 3억원. 입단 첫해인 2021시즌 이의리는 19경기에 등판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마크했다. 총 94⅔이닝을 던지며 69피안타(6피홈런) 56볼넷 93탈삼진 42실점(38자책)의 성적을 올렸다. 그해 신인왕도 이의리가 차지했다.
이후 이의리는 2시즌 연속 130이닝 이상 투구와 3점대 평균자책점 및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기며 한국 야구를 이끌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22시즌에는 29경기에서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6(154이닝 66자책점), 2023시즌에는 11승 7패 평균자책점 3.96(131⅔이닝 58자책점)의 성적을 각각 올렸다.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에 출전해 국제무대 경험을 많이 쌓았다.
하지만 쉼 없이 너무 많이 던졌던 것일까. 이의리는 지난 2024년 5월 29일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팔꿈치 통증이 심해지면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해 6월 2일 왼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술 및 뼛조각 제거술을 받았다. 2024시즌 성적은 4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은 5.40. 이후 회복에 전념한 이의리는 2025시즌 7월에 복귀한 뒤 10경기에 등판, 1승 4패 평균자책점 7.94로 고전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좀처럼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의리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 KIA 선발 투수들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의리의 자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차라리 이 기회에 군 문제부터 해결하고 오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2군에서 일단 좋은 성적을 거둔 뒤 때를 기다려야 한다. 사령탑 역시 "퓨처스에 있으면서 준비를 잘한다면, 또 다음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과연 이의리는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