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네 번째 월드컵' 김승규 진심 "축구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딸과 아내에게 최고의 선물 안기겠다" [과달라하라 현장 일문일답]

과달라하라(멕시코)=박건도 기자
2026.06.08 02:12
김승규는 커리어 사상 가장 무서웠던 부상의 암울한 터널을 뚫고 네 번째 월드컵 무대에 우뚝 섰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월드컵에 올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 했고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했던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김승규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딸과 아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승규. /사진=박건도 기자

커리어 사상 가장 무서웠던 부상의 암울한 터널을 뚫고 마침내 네 번째 월드컵 무대에 우뚝 선 김승규(36·FC도쿄)가 머나먼 결전지 멕시코 땅에서 갓 태어난 딸과 든든한 아내를 위한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5일 과달라하라 입성 후 6일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커뮤니티 트레이닝을 치른 데 이어, 이날 훈련은 평소 A매치 기간과 동일하게 최초 15분만 미디어에 공개한 뒤 비공개로 전환해 본격적인 전술 다듬기에 나섰다.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대표팀의 핵심 수문장 김승규(FC도쿄)는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A매치 87경기에 출전해 63실점을 기록한 베테랑 골키퍼인 그는 지난 2024년 아시안컵 당시 십자인대 부상으로 중도 낙마하며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오랜 재활을 거쳐 완벽히 부활해 대표팀 주축 골키퍼로 다시 우뚝 섰다.

김승규는 "월드컵 전에 큰 부상이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월드컵에 올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 했다.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했던 시기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받은 선물 같은 기회인 만큼, 지난 세 번의 월드컵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김승규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을 통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어느새 커리어 황혼기에 가까워지고 있는 김승규는 자신의 통산 네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홍명보 감독과 손을 잡았다.

여기에 이번 대회는 김승규에게 더욱 뜻깊다. 최근 그의 아내인 모델 김진경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예쁜 딸을 얻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김승규는 "타지에서 딸의 탄생 소식을 들었는데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크다"며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우리 딸과 아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가겠다"고 뜨거운 다짐을 전했다.

6일(현지시간) 커뮤니티 트레이닝(오픈 트레이닝) 당시 골키퍼진. 조현우(왼쪽부터), 페드로 코치, 송범근, 김승규, 윤기욱. /사진=김진경 대기자
다음은 과달라하라 현지에서 진행된 김승규와 일문일답.

- 조현우를 비롯한 골키퍼 두 명과 컨디션과 경쟁 구도는.

"현우나 범근이 모두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이 정말 좋다. 지난 소집 때부터 계속 좋은 경쟁을 이어오는 사이였고, 덕분에 서로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관계가 됐다. 지금은 우리 중 누가 경기에 나가더라도 팀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 세 명 모두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는 고지대다. 공중볼 대처나 볼 속도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다. 실제로 체감해 보니 어떤가.

"처음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막상 피치 위에서 슈팅 연습을 해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이건 막았다' 싶은 타이밍인데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볼이 날아오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첫 경기까지 남은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매 훈련 집중해서 감각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 체코 대표팀은 평균 신장이 187cm에 달하는 장신 군단인데.

"체코는 확실히 크로스 시도가 많고 장신 선수들이 전방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런 팀을 상대로는 골키퍼가 단순히 골대 밑에만 서서 골문만 지킨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과감하게 박스 밖으로 나와 공중볼을 확실하게 처리해 주든, 적극적인 위치 선정으로 수비수들의 경합을 도와주든 뒤에서 적극적으로 싸워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장점 중 하나가 페널티킥 선방이다. 비결이 있다면.

"예전부터 페널티킥에는 늘 자신감이 있었다." 소속 리그에서 페널티킥 상황을 자주 직면하고 막아내면서 자신감이 더 올라왔다. 다만 요즘은 키커들이 차는 방식이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골키퍼의 움직임을 끝까지 보고 차는 선수들이 많아서 우리도 더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 결국 타이밍을 빼앗는 심리전을 통해 막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다면 실력보다는 세 번의 월드컵을 치르며 쌓인 경험이 아닐까 싶다."

- 첫 경기인 체코전 기선 제압이 대회의 사활을 가를 텐데.

"많이 기대된다. 벌써 네 번째 나서는 월드컵이지만, 신기하게도 첫 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것처럼 설레고 긴장된다. 첫 경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이번 대회 전체의 팀 분위기가 결정되기에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중압감 때문에 선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느껴 제 경기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동료들이 편안하게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며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하게 받치겠다."

- 골키퍼 코칭스태프와 소통을 많이 하겠지만, 홍명보 감독이 특별히 골키퍼 라인에 주문한 건.

"감독님께서 골키퍼 코치님을 통해 세부적인 메시지를 많이 전달해 주신다.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핵심은 빌드업 같은 공격 전개도 중요하지만, 수비수들이 위치를 더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골키퍼가 리딩을 잘해달라는 부분이다. 골키퍼는 피치 위에서 시야가 가장 넓은 포지션이다. 수비 상황 시 동료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뒤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강조하신다."

- 손흥민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김승규의 네 번째 월드컵을 축하해 줬는데.

"흥민이에게 이번 월드컵이 정말 마지막일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웃음). 흥민이는 나와 함께 오랜 시간 계속 월드컵을 치러오면서 내게 늘 엄청난 힘이 되어준 고마운 동료다. 지금은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짐을 짊어지고 이번 월드컵에 나섰다. 내가 뒤에서 든든하게 막아주며 조금이나마 흥민이의 무게를 덜어주고 힘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번 대회가 우리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월드컵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 베이스캠프 주변의 치안이나 현지 훈련 환경, 잔디 상태는.

"보안이 철저해서 안전하다. 사실 호텔 밖으로는 잘 나가지 못해서 치안은 괜찮은 것 같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선수단 지원에 워낙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어 호텔 생활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잔디 상태는 내가 뛰고 있는 일본 리그의 잔디 스타일과 꽤 비슷하다. 잔디 길이가 짧게 깎여 있어 공이 굴러가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익숙한 잔디 스타일이라 적응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 주장 손흥민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고 했는데, 본인은 다섯 번째 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있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매번 이번이 내 인생의 진짜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각오로 임한다. 마음가짐만큼은 이전 월드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 순간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하게 임하겠다."

- 최근 얻은 예쁜 딸은 누구를 더 닮았나.

"제발 나만 닮지 말아라 하고 간절히 바랐다. 아내와 내 얼굴이 딱 반반씩 섞인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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