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홍명보(57) 감독이 자동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 기간이 이번 월드컵이 아닌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탈락이 곧 홍명보 감독의 계약 해지 등 자동 사퇴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의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발표하면서 '계약기간은 아시안컵까지'라고 발표했다. 이임생 당시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역시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나마 북중미 월드컵 직후 중간 평가를 거쳐 아시안컵 지휘 여부가 결정될 거라는 일부 보도도 있었으나, 축구협회 차원에서 이같은 내용을 직접 발표한 적은 없다. 실제 계약 기간 중간에 포함된 대회에 '중간 평가'가 있는 사령탑들의 경우 협회는 선임 발표 과정에서부터 이를 설명했다. 홍 감독의 경우 중간 평가 관련 내용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설령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 간 계약에 월드컵 직후 중간 평가 조항이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이 32강 진출 여부 등 성적에 대한 절대 평가로만 이뤄지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정도였던 당시 분위기를 돌아보면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던 홍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내용이 계약에 포함됐을 가능성 또한 미지수다. 그나마 국제대회 이후 통상적으로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차원의 리뷰 회의 등을 통해 홍명보 감독이 직접 대회 준비 과정이나 성적에 해명하는 자리는 마련되겠으나 사실상 형식적인 평가 자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탈락하더라도 당초 계약 기간이었던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 탈락 직후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불명예 퇴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홍 감독은 이미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탈락 후 불명예 사퇴한 바 있다. 홍 감독으로선 내년 1월까지 어떻게든 지휘봉을 계속 잡아 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어차피 홍명복 감독은 이미 부임 당시부터 경기장에서 거센 야유를 받는 등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월드컵 무대까지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축구협회가 월드컵 이후 홍명보 감독의 '경질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식 발표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월드컵 이후 홍 감독 거취 등 각종 인사·행정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 회장이 물러난 뒤에는, 축구협회가 리더 공백 등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 경질 여론 등에 귀를 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브라질 월드컵 직후에도 여론과 정반대 되는 홍명보 감독 유임을 결정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뒤에야 가까스로 홍 감독 사퇴로 마무리된 바 있다. 당시에도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브라질 월드컵까지가 아닌 아시안컵을 포함한 이듬해 6월까지였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부진했던 데다 대회 막판 여러 논란까지 겹치면서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은 자진 사퇴 대신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진 뒤에야 결국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