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국제망신으로 번질 뻔한 논란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핵심 손흥민(LAFC), 황희찬(울버햄튼)을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부르려던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센 비판 끝에 신청을 철회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 의원은 10일 자신의 SNS에서 오는 22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와 관련해 손흥민, 황희찬에 대한 참고인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저는 축구협회 청문회가 한쪽 이야기만 듣는 반쪽짜리 청문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따라 현역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손흥민, 황희찬 선수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며 "이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더 나은 청문회를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당의 의견과 선수들의 경기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앞서 임 의원은 지도자와 선수의 시선, 의견 차이가 있는 만큼 해외 무대를 경험한 현역 선수들의 관점에서 축구협회 개혁 방향을 듣고 싶다는 취지로 손흥민과 황희찬을 청문회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월드컵을 치른 뒤 회복과 소속팀 복귀, 새 시즌 준비가 필요한 현역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신 차려야 한다. 누가 부른 것이냐"며 "손흥민, 황희찬 참고인 채택은 기본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선수들에게 사전에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사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축구 개혁을 정치 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한국의 축구협회 청문회에서는 감독 선임 배경과 축구협회 운영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증할 예정"이라며 "홍명보 전 감독과 협회 관계자 등 13명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또 대표팀 공격수 손흥민 등 10명을 참고인으로 초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현역 선수가 국회에 불려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손흥민은 소속팀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어 청문회 출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고 짚었다.
일본 풋볼채널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매체는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국회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뜻밖에도 손흥민 등이 참고인 명단에 포함됐다. 홍명보 전 감독 등은 증인으로 불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풋볼채널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전 감독 등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 전 감독 선임 당시 관여했던 협회 전 고위 관계자들에 더해, 현재 협회 간부와 대표팀 관계자들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참고인 명단"이라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출범한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뿐 아니라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했던 손흥민과 황희찬 등 선수들의 이름도 포함됐다"고 짚었다.
다만 실제 출석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풋볼채널은 "참고인에게는 법적인 출석 의무가 없다. 손흥민은 청문회 전후로 리그 일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출석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손흥민이 뛰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는 북중미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 리그 일정을 재개한다. 손흥민의 소속팀 LAFC는 12일 친선경기를 치른 뒤 18일 LA 갤럭시와 맞붙는다. 특히 LA 갤럭시전은 지역 라이벌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도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프리시즌을 준비 중인 울버햄튼은 오는 23일부터 친선경기 일정을 소화한다. 지난 시즌 강등의 아픔을 겪은 울버햄튼은 다음 시즌 명예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손흥민과 황희찬이 청문회에 참석해야 했다면 소속팀 일정과 컨디션 관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컸다. 월드컵을 마친 뒤 충분한 회복과 팀 복귀가 필요한 시점에서 국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현역 대표팀 선수를 부르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결국 임 의원은 거센 비판과 논란 속에 하루 만에 손흥민과 황희찬에 대한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